■ 장기하와얼굴들 정규 4집 발매

 

(연합뉴스)‘빠지기는 빠지더라’ 등 총 10곡

연애경험 노래 가사 모두 픽션

정통적 록 사운드 화려함 보다

많은 것 비워낸 담백한 앨범

“과연 이 세상에 ‘난 사랑을 꽤 잘하지’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2년 만에 정규 4집 ‘내 사랑에 노련한 사람이 어딨나요’(내사노사)로 컴백하는 밴드 장기하와얼굴들의 보컬 장기하는 새 앨범에 대해 “이 음반은 평범한 사랑에 대한 열 가지 이야기”라며 이같이 말했다.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스트라디움에서 열린 음악감상회에서 장기하는 “노래 속 주인공들은 대부분 어딘가 어설프다. 오해하고 후회를 하고 괜찮은 척을 한다”며 “그러고 보면 사랑은 늘 어설프다”고 했다.

16일 새벽 0시에 공개된 새 앨범은 선공개 곡 ‘빠지기는 빠지더라’ 등 총 10곡이 담겨 있다. 2014년 10월 발표한 앨범 ‘사람의 마음’ 이후 2년 만의 신보이자 결성 8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앨범이다.

새 앨범은 타이틀 곡은 ‘ㅋ’과 ‘빠지기는 빠지더라’로 정했다.

신나는 레게풍 리듬의 노래 ‘ㅋ’에 대해 장기하는 “지금의 한국 사람들에게 ‘ㅋ’은 아마도 말 같지 않은 말 중 가장 말 같은 말이 아닐까?”라며 “표준어는 아니지만, 생각보다 많은 걸 표현해준다”고 했다.

이어 “‘ㅋ’ 하나만 가지고도 노래를 만들 수 있겠느냐는 생각에 꽂혀 ‘ㅋ’으로 시작하는 단어를 모아놓고 만든 노래인데 타이틀곡으로까지 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노래 ‘ㅋ’은 ‘쿨쿨’, ‘쿵쿵’, ‘콕콕’, ‘쿵쿵’ 등 ‘ㅋ’으로 시작하는 단어들이 유기적으로 엮이면서 매끄럽게 사랑 노래를 이루고 있다.

장기하는 새 음반의 테마인 사랑에 대해서는 “일부러 컨셉트를 정해놓고 작업을 한 것은 아니다”면서 “결과적으로 사랑이라는 테마가 전체를 관통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그는 “1·2·3집을 만들 때는 대놓고 사랑을 노래하는 게 ‘오그라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세 장의 음반을 발표하고 생각해보니 이제 ‘장얼’(장기하와얼굴들) 스타일로 대놓고, 오그라들지 않게 사랑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새 노래를 쓰는데 연애 경험이 얼마나 반영됐나’라는 질문에 장기하는 “작년에 기사가 나서 (아이유와) 공개연애를 하는 상황인데 일단 못 박고 싶은 게 있다”며 “이번 노래 가사는 다 픽션”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비록 연애를 하고 있고 열 곡이 다 사랑 노래라 실생활에서 느끼는 노래들과 아예 무관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제 경험담을 있는 그대로 담기보다 평범하고 보편적인 연애 감성으로 가사를 쓰고자 했어요. 경험담을 토대로 쓴 건 한 곡도 없더라고요.”

장기하는 또 새 앨범 수록곡 중에서 자신의 마음을 가장 잘 담은 곡으로 ‘살결’을 꼽으며 애틋한 마음도 드러냈다.

“진심이랄까 바람이랄까요. 지금의 마음이 오랫동안 지속했으면 좋겠다, 나중이 돼도 계속 좋은 사랑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든 곡이니까요. 제 바람에 가까운 곡은 ‘살결’이죠.”

서정적인 선율과 감미로운 화음이 돋보이는 ‘선율’은 이번 앨범 수록곡 중 유일한 연가(戀歌)다.

‘괜찮아요’는 장기하와얼굴들의 노래 가운데 처음으로 가사에 실존인물 이름이 들어가 눈길을 끄는 곡이다. 주인공은 노홍철이다.

장기하는 노홍철에 대해 “정말 즐거운 것을 가장 열심히 하니까 그걸로 밥을 먹고 산 전례를 남긴 분”이라며 “리스펙트(존경)의 표현으로 홍철이 형 이름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장기하를 비롯한 멤버들은 ‘음악적 초심’을 강조했다. 또 초기 비틀스와 산울림의 사운드를 전범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장기하는 “1집 이후 2집과 3집을 내면서 멤버도 늘었고 정통적인 록 사운드를 구현하려고 하니까 소리가 꽉 찬 음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2집과 3집으로 갈수록 (사운드의) 빈자리가 없게 됐다. 이제는 비울 때가 됐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기타리스트인 하세가와 요헤이 역시 “뭔가를 잘 보이게 하려면 여러 가지를 없애야 한다”며 “이를테면 한 사람이 (기타를) 쳐도 되는 것을 두 사람이 치지 않도록, 음을 두껍게 하지 않게 최소한으로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번 음반이 2·3집보다 화려함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요리로 따지면 재료 맛이 잘 나지 않나 생각한다”고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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