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간의 작업일기 한데 묶어서 보여줘

(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우리는 우리의 관점으로만 세계를 바라볼 뿐이고 그 시각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네. 다른 차원의 시각으로 진정한 변이를 거쳐 나아갈 때 세계의 진면목을 알 수 있게 되고 이 세계의 한계를 넘어서게 될 거야. 그것이 비록 착각일지라도 말일세.”(‘예술가의 꿈’ 중에서)

청주 문의에서 활동하는 화가 김사환(52·청주시 문의면 미천리·사진)씨가 책 ‘예술가의 꿈’을 발간했다.

 

이 책은 2007년부터 쓴 작업일기를 묶은 것으로 10여년간의 삶의 기록이기도 하다.

그동안 작업을 하면서 가졌던 자신과 삶에 대한 생각을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김씨는 그

 

동안의 작업일기를 모아 세상에 내놨다.

책은 1부 ‘사이에 서다’, 2부 ‘허공을 걷다’, 3부 ‘예술과 놀다’로 구성돼 있다.

‘사이에 서다’는 김씨가 생활 속에서 느낀 일상적 이야기들을 묶었다. 어떠한 대상과의 간극에서 그는 사이와 존재에 대해 느낀 것을 옮겼다.

세월호 사건, 교황의 방한 등 슬픔과 기쁨의 충돌이 빈번했던 사회 제 현상에서 그는 그만의 생각과 느낌을 더한 글을 보여주고 있다.

‘허공을 걷다’에는 마음 깊숙한 곳을 들여다보며 사유한 내용을 담았다.

‘예술과 놀다’는 김씨가 예술을 바라보는 시각과 시각 예술을 수행해 나가는 태도 등을 다루고 있다.

그는 이 부분에서 태도를 고양해야 하고 정진의 끈을 더욱 감아줘야 할 때 시도하는 성찰의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김씨의 기억을 공유하게 된다. 그리고 그의 작업실 한 가운데 서서 그가 그림을 그리는 모습, 글을 쓰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상상도 하게 된다.

김씨는 “책의 글들은 그림을 그리며 흘려보냈던 기억들을 모은 것”이라며 “그림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 화가의 본분이지만 책을 통해서도 한 예술가의 머릿속이 이렇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책은 마치 전시공간처럼 구성돼 있다. 실제 전시장의 풍경처럼 그림이 있고, 그림을 앞에 두고 대화하는 관람객처럼 이야기도 있다.

김씨는 책에 실린 이야기 중 ‘공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사물을 꿰뚫어 봐야 할 때가 있어 이를 위해 스스로 ‘공간화’되는 시도를 많이 했던 김씨. 그러한 시도를 하면서 느끼고 깨달은 것들을 글로 표현해 실은 것이다.

‘공간’은 대상을 바로 보는 ‘정관(靜觀)’에 대한 글이다. 김씨는 마치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서술하고 있다.

‘공간’을 읽으며 독자들은 대상이나 현상에 대해 고정관념을 벗어나 그대로 바라보는 법을 배울 수 있다.

그는 책을 ‘삶의 우물’이라고 표현한다. 우물에서 물을 길어 올리듯 기억 속에만 있던 그의 삶의 기록을 소중히 꺼내 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생각이 글로 표현되는 순간 수많은 허점이 드러나게 된다”며 “그렇지만 이번 책 발간을 생각을 더 단단하게 하고 삶의 공부를 독려하는 방법으로 삼으려 한다”고 밝혔다.

김 화가는 청주 출생으로 서울대 미술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7회의 개인전을 열었고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고두미, 359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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