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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작가의 굴욕… 드라마 조기 ‘쫑’
김수현 작가의 굴욕… 드라마 조기 ‘쫑’
  • 연합뉴스
  • 승인 2016.06.21 2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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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SBS '그래, 그런거야' 기존 60부서 54부로 축소

‘대가족’ 소재 시청트렌드 못읽어

20~49세 시청자 관심 ‘뚝’

시청률 8~9% 광고 판매 부진도

김 작가 “가족붕괴의 시대

가족의 가치 더 부르짖어야”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졌다.

‘언어의 마술사’이자 드라마계의 대모인 김수현(73) 작가의 작품이 조기 종영된다. 60부로 기획한 SBS TV 주말극 ‘그래, 그런거야’가 54부로 축소돼 오는 8월14일 막을 내린다.

시청률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기대했던 반응이 나오지 않고 있고 광고가 잘 붙지 않았다.

열이면 아홉 방송사로부터 “제발 연장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던 김 작가로서는 ‘삐끗’해버린 작품이 되고 말았다.

 

● “익숙하고 편안” vs. “시대 요구 반영 못해”

SBS는 ‘그래, 그런거야’의 조기 종영에 대해 “시청률은 나쁘지 않았다는 것이 내부 평가”라며 시청률 부진으로 인한 조기 종영이 아니라 리우 올림픽 중계로 인한 방송 회차 조정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이다. 지난 2월 4%로 출발해 10.7%까지 올랐던 시청률은 최근 8~9%를 유지하고 있다. SBS가 같은 시간대 편성했던 드라마들이 5% 아래로 떨어진 경우가 많았기에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하지만 시청률과 광고는 꼭 비례하지 않는다. 광고주들이 선호하는 20~49세 시청층의 관심을 끌 청춘스타나 이야기가 없다는 게 문제였다. 광고가 잘 안 붙었다. SBS 드라마국 관계자는 “이름있는 중견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바람에 출연료가 많은 반면, 광고와 해외 판권은 안 팔려 제작할수록 적자”라고 토로했다.

제목처럼 막장 요소 하나 없이 물 흘러가듯 편안하고 익숙한 이야기에 대한 호불호도 극명하게 갈렸다. 김 작가가 2012~2013년 선보였던 ‘무자식 상팔자’와 기본 구도가 비슷하고 출연 배우도 상당히 겹치는 점도 많은 지적을 받았다.

SBS 관계자는 “시대가 요구하는 느낌을 반영하지 못했다. 작가가 시청자들을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계속 드라마를 쓰려면 이제는 시청 트렌드를 고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래, 그런거야’를 보는 시청자들은 자극적이지 않고 순한 맛이 좋다고 하는 반면, 3대 대가족이 365일 24시간 부대끼는 상황과 그 큰 살림을 도맡아 하는 막내 며느리의 희생적인 역할이 시대착오적이라며 불쾌감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맞섰다.

 

● 노작가의 뚝심 vs. ‘꼰대’의 고집인가

‘사랑과 진실’ ‘사랑과 야망’부터 ‘배반의 장미’ ‘모래성’ ‘사랑이 뭐길래’ ‘작별’ ‘목욕탕집 남자들’ ‘청춘의 덫’ ‘불꽃’ ‘완전한 사랑’ ‘부모님전상서’ ‘내 남자의 여자’ ‘엄마가 뿔났다’ ‘인생은 아름다워’ ‘천일의 약속’ ‘무자식 상팔자’ ‘세 번 결혼하는 여자’….

한국 방송사에서 김수현 작가가 차지하는 위상은 이들 히트작의 이름으로 설명이 된다. 그는 늘 흐름을 선도했고, 시대를 앞서나갔다. 수다스러운 대사는 귀에 따갑게 앉았지만 촌철살인이었고 감각적이었다. 연속극은 연속극대로 마약처럼 끊을 수 없었고, 미니시리즈는 미니시리즈대로 강렬하게 호기심을 자극했다.

불륜, 동성애, 조기치매, 재혼 등의 소재를 청년 작가들보다 먼저 대중화하는 데 성공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던 그다. 방송사는 서로 김 작가를 모셔가려고 했고, 배우들도 그의 작품에 출연하는 것을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를 노 작가의 뚝심으로 보는 쪽과 ‘꼰대’의 고집으로 보는 쪽이 갈린다.

개인화, 파편화가 가속화되는 현실에서 ‘그래, 그런거야’의 이야기는 그와 정반대로 갔다. 그래서 부담스럽고 짜증 난다는 불평이 이어졌다. ‘판타지’라는 지적마저 나왔다.

드라마에서 삼 형제는 부모에게 효도하고 우애가 깊으며 사촌들끼리도 수시로 만나 집안 대소사와 일상사를 공유하고 의논한다. 막장도 아니고 자극적인 것 하나 없다. 하지만 핵가족화, 1인 가구화가 이어지는 속에서 드라마 속 이야기는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라는 점에서 ‘안티’들을 자극했다.

김 작가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작가는 자기 마음에 안 들면 갈라서고 버리는 인간관계, 가족의 해체가 옳은 길일 수 없다고 강조하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밀고 나갔다.

김 작가는 드라마 시작에 앞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가족붕괴의 시대이니 가족의 가치를 더 부르짖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우리의 이야기를 해주는 드라마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는 젊은 애들만 있는 게 아니니까. ‘꼰대’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출연 배우들은 이구동성으로 김 작가의 작품을 통해 인생공부를 했다고 말했다. 윤소이는 “30대에 김수현 작가님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큰 행운”이라며 “10년 전에는 몰랐을 뼈가 되고 살이 되는 말들이 귀에 다 박히고 많은 것을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연기를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왕지혜는 “연기를 하면서 인생공부도 할 수 있다는 게 기쁘고 영광”이라며 “이번 작품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웠다”고 전했다.

‘그래, 그런거야’의 제작사 삼화프로덕션은 21일 “김 작가님이 최근 긴 연속극만 하셔서 좀 쉬신 후 내년쯤 짧고 굵은 미니시리즈로 돌아오실 것”이라고 밝혔다.

제작사는 “시청자들이 ‘불꽃’이나 ‘내 남자의 여자’와 같은 감각의 작품을 김 작가님이 다시 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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