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 종영

에릭-서현진 역경딛고 해피엔딩

달고 짠 로맨스로 10% 돌파

서현진표 생활연기 시청자 공감

모녀간 뭉클한 가족이야기 한몫

같은 이름을 가진 두 여자와 미래가 보이는 남자가 얽히고설키는 이야기를 그린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이 28일 밤 종영했다.

달콤한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로코)인 줄로만 알았던 드라마는 심리 스릴러도 곁들이면서 시청자들을 제대로 옭아맸다.

드라마는 마지막회에서 시청률 10%(닐슨코리아·유료플랫폼 기준)를 돌파했다. 해당 방송의 평균 시청률은 10.6%로 집계됐고 남녀 주인공 결혼식 장면에서는 11.4%까지 치솟았다.

‘또 오해영’을 보내기 싫은 시청자들은 대사를 인용해 “다시 와라, 나 심심하다 진짜”를 외치는 중이다.

 

● ‘또 오해영’의 메시지…”지금 아낌없이 사랑하세요”

마지막회에서 오해영(서현진 분)을 위한 프러포즈를 준비하던 박도경(에릭)은 결국 교통사고를 당했다.

미래를 볼 줄 아는 박도경이 과거 수차례 머릿속에서 본 영상대로였다.

이때 흘러나온 “방심했다. 바뀐 건 밤하늘 대신 파란 하늘, 그리고 차가웠던 그녀 모습 대신 웃는 그녀 모습이 생각나는 것”이라는 에릭의 내레이션은 역시 방심했던 시청자를 경악시켰다.

드라마는 다시 반전을 꾀했다.

박도경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초조하게 기다리던 두 엄마가 ‘태연히’ 혼수 문제로 다투더니, 결국 행복한 결혼식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지은 것이다.

박도경과 오해영이 온 힘을 다해 사랑한 결과였다.

드라마는 이를 통해 숙명을 바꿀 수는 없지만, 노력에 따라 운명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박도경처럼 꼭 죽음을 앞두지 않더라도 뒤늦게 후회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 아낌없이 사랑하라는 메시지에 많은 시청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18부작인 ‘또 오해영’은 처음부터 박도경이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는 부분을 계속 삽입하면서 박도경의 심리 흐름을 쫓아갔다. 로코의 외피를 입은 심리 스릴러라는 점에서 이색적인 시도였다.

드라마는 여주인공 캐릭터에서도 우리가 익히 아는 로코의 설정에서 비켜갔다.

32살 회사원 오해영은 자신의 감정을 거리낌 없이 표출하는, 드라마계에서는 ‘신여성’이었다.

그는 무례한 맞선남에게 “내가 그렇게 ‘아닌 얼굴’은 아니지 않나요?”라고 거침없이 따져 묻더니, 새로운 사랑을 발견하자마자 앞으로 돌격했다. 성적인 욕망에도 솔직했다.

잔머리를 굴리거나 밀고 당기는 것 없는 오해영식 사랑법을 많은 여성 시청자가 공감하거나 동경했다.

이에 힘입어 평균 시청률 2.2%로 시작한 드라마는 8회에서 8.3%를 기록, 케이블 월화드라마 시청률 기록을 경신했다. tvN ‘치즈인더트랩’이 지난 2월 1일 기록한 7.2%가 그전까지 최고 성적이었다.

8~9%를 계속 오가던 이 드라마의 시청률은 마지막회에서 결국 10%를 넘어섰다.

 

● 서현진, 흠잡을 데 없는 생활 연기…로코 여왕 등극

이 드라마 흥행의 일등 공신은 서현진(31)이다.

그는 학창시절 예쁘고 똑똑한 동명이인 친구와 비교당하며 입은 상처만으로도 모자라, 이름에서 비롯된 오해 때문에 파혼까지 당한 캐릭터로 등장했다.

서현진은 오해영 그 자체였다.

서현진이 전작 tvN ‘식샤를 합시다2’(2015)에서 보여준 생활 연기는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한쪽 무릎을 세운 채 밥술을 아무렇게나 뜨고, 코끝이 시뻘게진 채 오열하는 서현진의 자연스러운 모습은 시청자에게 절로 오해영의 인생사에 이입하게 했다.

그는 일상적인 연기를 보여주되 과장되지 않게 강약을 조절하는 데 성공했다.

연기의 척도로 곧잘 평가되는, 단순히 몸을 사리지 않고 망가지는 수준에 그치지 않았다. 서현진이 오해영의 희로애락을 표현할 때 눈동자나 입가 등 작은 부분도 하나 놓치는 것이 없었다.

2001년 걸그룹으로 데뷔했으나 1년 만에 해체됐고, 2005년 연기를 시작했지만 별달리 주목받지 못했던 서현진의 과거와 오해영 인생사가 맞물리면서 화제를 낳기도 했다.

서현진은 여주인공 섭외과정에서 1순위는 아니었지만 오해영을 만나 새 로코 여왕으로 등극했다.

 

● 에릭·예지원·김미경 등에도 박수갈채

다른 배우들의 호연도 돋보였다.

에릭은 그늘진 성장환경 때문에 감정을 제대로 표출하지 못하고 살아온 음향감독 박도경 캐릭터를 기대 이상으로 소화했다.

박도경 누나이자 오해영 상사인 박수경 역의 예지원도 자신과 꼭 맞는 4차원 캐릭터를 만나 물오른 연기를 보여줬다.

오해영 엄마 황덕이로 분한 김미경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황덕이는 사랑을 한답시고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구는 딸을 구박하지만, 그 딸을 끝까지 감싸 안는다.

이들 모녀를 지켜보며 많은 시청자가 울다웃다 했다. 따뜻하고 뭉클한 가족극까지 곁들어지면서 이야기는 더 풍성해졌다.

‘올드미스다이어리’와 ‘청담동 살아요’의 박해영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사람 심리를 바닥까지 꿰뚫어 보는 능력을 보여줬다. 그 덕분에 ‘또 오해영’이 남긴 명대사도 많다.

학창시절부터 축적된 콤플렉스 혹은 피해의식에 시달리는 오해영이 “내가 완전히 사라지고 걔가 되는 길을 선택하진 않을 것 같다. 난 여기서 조금만 더 괜찮아지길 바란 거지, 걔가 되길 원한 것 아니었다”고 고백할 때는 많은 이가 크게 공감했다.

박도경의 방을 향해 “나 생각해서 일찍 일찍 좀 다녀주라. 사랑은 바라지도 않는다. 나 심심하다, 진짜”라고 외치며 눈물을 쏟아내던 오해영의 모습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파혼 사실을 고백한 오해영에게 같은 상처를 가진 박도경이 “세상이 나한테 사망선고 내린 기분, 우주에서 방출된 기분, 쫓겨난 우주에서 아양 떨면서 빌붙어 살아야 되는 기분, 그게 어떻게 아무것도 아냐?”라고 말하는 장면도 계속 회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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