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안과학회 역학조사위원회, 3만여명 분석 결과

당뇨병의 대표적 합병증인 '당뇨망막증'은 황반변성, 녹내장과 함께 실명을 일으키는 3대 안과 질환에 속한다.

망막은 안구의 가장 안쪽을 덮은 투명한 신경조직으로, 빛을 감지해 사물을 볼 수 있게 해준다. 당뇨병은 이런 망막의 혈관에 순환장애와 출혈을 유발하는데, 이때 신경막이 부어올라 시력이 떨어지면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질환의 가장 큰 위험요인은 당뇨병을 앓은 기간이다. 여기에 노인 인구가 늘고 스마트폰 등 미디어기기의 사용이 증가한 것도 당뇨망막병증의 유병률을 높이는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9일 강동경희대병원 안과 연구팀이 2010~2014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당뇨병 환자는 2010년 181만명에서 2014년 218만명으로 20% 증가했지만 이로 인한 합병증인 당뇨망막증 환자는 같은 기간 22만명에서 30만명으로 37% 늘었다.

당뇨망막증 진단을 받으면 정기적으로 망막의 출혈이나 부종, 신생혈관의 증식이 발생하는지를 관찰해야 한다. 신생혈관의 증식이 있거나 부종, 출혈이 심해지면 망막에 레이저치료를 함으로써 병의 경과를 늦추거나 막을 수 있다. 당뇨망막증이 더 심해져서 출혈이 많아지거나 망막박리가 발생하면 수술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오랜 기간 당뇨병을 앓은 사람이 갑작스럽게 시력이 떨어진다거나 이미지, 글자 등이 휘어져 보이면 지체 말고 안과를 방문하는 게 바람직하다.

평상시 식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당뇨망막증을 예방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대한안과학회 역학조사위원회가 국민건강영양조사(2008~2011)에 참여한 3만538명을 분석, 대한안과학회지 최근호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포도를 자주 먹는 사람일수록 당뇨망막증 유병률이 감소하는 경향이 관찰됐다.

위원회는 1년 동안 포도를 얼마나 자주 먹었는지에 따라 10개 구간으로 나눠 당뇨망막증 유병률을 비교했다. 그 결과 포도를 한 달에 2~3회 먹는 사람은 한 달에 1회 미만으로 먹은 사람보다 당뇨망막증 유병률이 75% 감소했다. 특히 실명할 위험도가 높은 당뇨망막증은 같은 비교 그룹에서 64%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연구팀은 이런 효과가 포도 껍질 등의 식물에 들어 있는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 성분 때문으로 분석했다. 레스베라트롤은 레드 와인이나 포도 껍질 등의 다양한 식물에 든 폴리페놀 화합물로 여러 종류의 세포에서 증식 억제, 항산화, 항염, 혈관 신생억제, 암세포 전이억제 등의 기능을 하는 것으로 규명됐다.

비타민D가 남성의 당뇨망막증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지동현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안과 교수팀이 40세 이상 성인 1만8천363명의 혈중 비타민D와 당뇨망막병증 유병률을 분석한 결과, 남성에서 혈중 비타민D가 높은 상위 20%는 혈중 비타민D가 낮은 하위 20%보다 당뇨망막병증에 걸릴 확률이 63% 감소했다.

특히 당뇨망막증이 많이 진행해 발생하는 실명 위험성은 남성에서 85%나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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