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트릭’ 석진 역 이정진

(연합뉴스)남이 좋아하는 것만 하는 PD

시청률 때문에 괴물로 변한 캐릭터

우리 사회 축소판 보는 것 같아

“제가 연기한 배역이 관객들에게 입체감이 있는 인물로 보였으면 해요.”

영화 ‘트릭’에서 시청률을 높이려고 조작 방송도 불사하는 PD 석진 역을 연기한 배우 이정진은 11일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에서 보면 석진은 나쁜 역인데 그냥 나쁘게만 보였으면 실패한 것이라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트릭’은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몰래 촬영, 폭행 사주, 미행 등을 서슴지 않는 방송계의 불편한 진실을 정면으로 다룬 영화다.

이정진은 ‘쓰레기 만두 파동’ 오보로 보도국에서 쫓겨났다가 10년 만에 교양국 PD로 복귀한 석진을 연기했다.

그는 “석진이 자신감이 있고 추진력이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하며 연기했다”며 “자기가 틀렸다고 생각하면 남들을 배려했을 텐데 석진은 자기가 맞다고만 생각해 연민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트릭’이라는 영화를 우리 사회의 축소판으로 봤다.

“영화가 대한민국을 이야기한다고 생각해요. 다들 남이 좋아하는 것을 하지 않나요? 그래야 돈을 벌 수 있고. SNS(사회관계망서비스)도 남들이 ‘좋아요’를 누를 만한 것을 올리잖아요. 시청률을 위해서 남이 좋아하는 것만을 하다 보니 석진이 괴물처럼 된 것 같습니다.”

이정진은 실제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로서 시청률에 무신경할 수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그는 “시청률에 전혀 부담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출연진으로서 책임감이 있지만 항상 잘 될 수는 없다”며 다음 작품을 할 수 있을 만큼, 즉 손익분기점을 넘길 만한 시청률 수준은 되기를 내심 바란다고 했다.

이정진은 배우로서뿐 아니라 사진작가로서도 활발히 활동한다.

이미 두 차례 사진전을 열기도 했다. 8월에는 부산국제사진페어에 참여하고 조만간 외국에서도 사진전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진가와 사진작가를 구분해서 말했다. 사진가는 타인의 의뢰를 받아 찍는 사람을, 사진작가는 자기가 원하는 것을 찍는 사람을 뜻한다고 했다.

사진작가로서 그는 봉사활동을 자주 가는 네팔, 케냐 등 저개발 국가의 사람과 풍경을 주로 찍고 있다고 전했다.

“어릴 적을 떠올리면 처마 밑에 큰 가족사진이 있는데 아프리카의 나라에는 카메라가 생소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가족사진을 찍어 집에 걸어주자’, ‘부모 사진은 아이들에게, 아이들 사진을 부모에게 찍어 주자’고 시작한 것이 일이 커졌어요.”

그가 JYP 소속일 때 소속사에서 ‘먼 데 가지 말고 우리 애들도 찍어라’는 ‘타박’에 사진가로서 연예인 사진도 찍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최근에는 걸그룹 트와이스 멤버인 쯔위의 화보까지 내기도 했다.

이정진은 사진작가이자 후배 배우로서 선배 배우들의 사진을 촬영해 방송국에 거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방송국이 지금과 같이 탄탄해진 데에는 선생님들이 30∼40년 연기한 모든 것이 녹아 있다고 생각한다”며 “후배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그 작업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도 올해로 데뷔 18년차가 됐다. 그는 “대본을 받을 때면 그래도 나를 필요로 하고 있구나 생각이 든다”며 관객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계속 대중의 부름을 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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