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열차에서 벌어지는 전대미문 재난 블록버스터

(연합뉴스)올해 칸 영화제에서 ‘역대 최고의 미드나잇 스크리닝’으로 극찬을 받았던 연상호 감독의 신작 영화 ‘부산행’이 드디어 국내 관객들을 찾아간다.

‘부산행’은 정체 모를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확산한 가운데 부산행 KTX 안에서 살아남고자 사투를 벌이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담은 영화다.

펀드매니저 석우(공유)는 별거 중인 엄마를 보고 싶어하는 외동딸 수안(김수안)과 함께 이른 아침에 부산으로 가는 KTX에 오른다.

평온해 보이는 열차는 조만간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차장 몰래 들어온 한 여인이 이상 증상을 보이다가 열차 안의 사람들을 물어뜯기 시작해서다.

순식간에 승객 대부분이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생존자는 석우 부녀, 건장한 체격의 상화(마동석)와 임신한 그의 아내 성경(정유미), 야구부 에이스 영국(최우식)과 치어리더 진희(안소희) 등 스무명 남짓이다.

이들은 중간에 내려서 안전한 지역으로 가려다 실패하자 방역에 성공한 곳으로 알려진 부산으로 가기로 한다.

그동안 한국영화계에서 여러 장르영화가 만들어졌지만 ‘부산행’과 같이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좀비물은 처음이다시피 하다.

‘부산행’은 좀비물이라는 단순한 장르영화에 그치지 않고 여러 영리한 선택을 보여준다.

우선 극중 인물들을 계속해서 열차라는 한정된 공간으로 밀어 넣는다.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서 좀비와 맞부닥쳐야 한다는 설정이 주는 긴장감이 만만치 않다.

인물들은 좀비를 피해 열차 외부로 도망치지만 외부 역시 좀비들로 득실거려 결국 열차로 돌아온다.

‘부산행’은 드라마도 풍성하다. 다양한 인물들의 관계를 통해 부녀간(석우-수안), 부부간(상화-성경), 남녀간(영국-진희) 사랑을 표현한다.

또 극한 상황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잔인해질 수 있는지도 그린다. 배우 김의성이 연기한 고속버스 회사 상무 용석이 악인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김의성은 “그동안 제가 했던 악역을 모은 것보다 훨씬 비호감인 것 같다”며 “변명을 하자면 우리 사회에 정말 있을 법한, 이기적인 아저씨가 위급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절대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고 자신의 배역을 설명했다.

전작으로 사회성 짙은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온 감독이 연출한 영화답게 사회 비판적 메시지도 담겨 있다. 연상호 감독은 시나리오를 세월호 참사 이전에 썼다고 해명했지만 영화 속에서 전국이 난리가 났음에도 ‘잘 대처하고 있으니 국민 여러분은 동요하지 마라’고 정부가 발표하는 장면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무능한 대응을 연상케 한다.

특수효과 역시 훌륭하다. 좀비들이 승객을 공격하려고 떼거리로 몰려들어 ‘좀비 피라미드’가 연출되는 장면은 할리우드 영화와 비교해 손색이 없다.

영화 마지막에 신파적인 장면이 나오는 점은 옥에 티다.

2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1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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