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진 청주 진흥초 6년

인도 빌라스푸르사업장을 방문한 천혜진양과 월드비전 관계자들이 기념촬영 하고 있다.
천혜진(왼쪽)양과 현지민.
 

(동양일보)24회 ‘동양일보 만물박사 선발대회’에서 최고점으로 만물박사(대상)에 선발된 청주 진흥초 6년 천혜진(13)양이 인도 빌라스푸르 월드비전 사업장을 다녀왔다. 동양일보는 만물박사 선발대회 특전으로 지난달 24~30일 인도 월드비전 사업장을 방문한 천 양의 방문 수기를 싣는다.  <편집자>


● 인도 여정의 시작과 첫 만남
인도로 출발 하는 날 공항에 가기 위해 먼저 월드비전 사업장으로 향했다. 공항에서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에 오르는 순간, 이제 정말로 인도에 간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내가 긴 여정을 잘 견딜 수 있을지 부터 현지 음식이 나와 맞을지 까지 여러 가지 걱정이 밀려옴과 동시에 인도에 있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교차했다. 
긴 비행 끝에 뭄바이에 도착했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숙소로 이동했다. 곳곳에 소가 누워 있고 여기저기 깡마른 개들이 소를 따라 돌아다니며, 원숭이들이 표지판 위로 뛰어다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 같으면 소들을 다 잡아먹었을 테고, 원숭이들은 동물원 우리에 가뒀을 텐데……. 여기서는 소 팔자가 상팔자인 거 같다.
● 일상의 감사와 소중함을 느낀 반사잘 마을
반사잘 마을의 결연가정을 방문했다. 버스에서 내리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여러 명의 소녀들이 우리에게 꽃잎을 뿌려주고 남자들은 북을 치며 크게 노래를 부르며 사랑과 정성을 다해 환영해 주었다. 마을을 방문한 외부인을 보러 마을 사람들이 거의 다 모였다. 이마 한가운데에 꽃가루를 동그랗게 찍어주고 소녀들이 환영식으로 인도 전통의 춤을 어여쁘게 추었다. 가는 곳마다 환영식을 해주어서 정말 감사했다. 동네 분들과 같이 아이들의 집을 방문했다. 집은 마치 쓰러져 가는 폐가 같았고, 침대는커녕 포대를 깔고 바닥에서 잠을 잔다고 했다. 게다가 공부방에는 상자를 책상이라고 하고 전등도 작은 전구 밖에 없어 낮임에도 불구하고 어두컴컴했다. 한국에서 누리는 모든 것들에 감사와 소중함이 절로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 비눗방울과 풍선으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다
다음 날 빽빽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바빴다. 오전에는 아직 많은 지원을 받지 못한 학교를 방문했는데 아이들은 허름한 바닥에 앉아서 쪼그리고 공부를 하고 있었고 선생님들도 턱없이 부족했다. 그런 환경에서도 아이들의 눈은 반짝거렸다. 안타까움 속에 무거워진 마음을 안고 이번에는 월드비전의 지원을 잘 받고 있는 학교를 방문했다. 그곳도 허름하였지만 그래도 책상에서 공부도 하고 선생님들과 수업을 하고 있었다. 그곳 학교에서 비눗방울과 풍선 부는 법을 가르쳐 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나서 급식을 배식해주었다. 밥은 정말 맛없어 보였지만 아이들은 이번의 급식이 매우 맛있다고 좋아했다. 반찬투정을 부리며 편식을 했던 내가 창피하게 느껴졌다. 아이들이 손으로 밥을 긁어먹고 손가락을 빠는 모습에 위생에 대한 걱정과 안쓰러움을 느꼈다. 마치 영화 ‘국제시장’에서 본 우리 옛날모습 그대로였다.
● 안쓰러웠던 시브타라이 마을 아이들
시브타라이 마을에서 아이들의 체중을 재는 곳을 들렀는데 아이들을 마치 줄이 달린 그네처럼 생긴 체중계에 매달아 몸무게를 쟀다. 보기에 안쓰럽고 민망하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맛없어 보이는 영양 죽을 먹였는데 그걸 먹으면 몸이 나아진다고 하셨다. 칭얼거리는 아이들이 있어서 달래가며 먹여주었다. 먹을 것이 없어서 이렇게 마른 아이의 모습을 보니 내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를 새삼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아이들이 우물쭈물하며 우리를 흘끔거렸다.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니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같이 손을 흔들었다. 차에 오르기 전에 배고파 보이는 아이들에게 젤리 서너 개를 두 손에 꼭 쥐어 주고서 차에 탔다. 창문으로 바라보니 서로 젤리를 나누어 먹으며 그 작은 젤리에도 행복해 하고 있었다.
현지인 월드비전 직원들의 한 거처에서 저녁을 먹으며 티타임을 즐겼다. 이제 인도에서 만난 친구들과 작별할 시간이 다가왔다. 현지인 아누락문은 자신이 집과 돈을 줄 테니 한국에 가지 말고 인도에서 살라고 나에게 장난을 쳤다. 아누락문이 만나서 즐거웠다며 사진을 찍었다. 며칠 이지만 많은 것을 공감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버스에서 손을 흔들며 아쉬움에 젖은 눈으로 문과 다음을 기약했다.
● 기부의 중요성 깨달은 스터디 투어
델리에서 한 식당으로 향했다. 7~8살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아이가 배고프다며 음식을 달라고 했다. 하지만 그 아이에게 아무것도 줄 수 없다는 것에 가슴이 아팠다. 사과를 하고 식당으로 몸을 옮겼다. 식사를 하는 내내 이렇게 많은 음식을 그 아이에게도 먹였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다시 버스로 돌아가는데 비에 흠뻑 젖은 아이가 4명이나 몰려와서 음식을 달라고 했다.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무척 화가 났다. 인도의 30%의 부유한 사람들이 지금이 현실을  모른 체 한다는 것이 말이다. 창문에 흘러내리는 빗방울이 나의 마음을 대신해 주었다. 도로를 맨발로 뛰어다니며 물건 파는 어린소년들과 갓난아기를 업고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젊은 여성들에게 누구도 구원의 손길을 내밀지는 않았다. 이들의 모습을 보며 기부의 중요성을 크게 깨달았다.
안타까움을 가슴에 묻고 뒤돌아야만 했던 발걸음을 언젠가는 다시 돌려 그들에게 달려가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여행이었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웃에게 사랑의 나눔을 실천하고 싶다. 인도의 여정은 힘들었지만 많은 것을 깨닫게 하고 돌아가는 값진 시간이었다. 24년째 만물박사선발대회를 열어 이렇게 좋은 경험을 할 수 있게 해 준 동양일보 관계자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또 이번 스터디 투어를 도와주신 월드비전에도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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