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주도 국제연구팀, '가바(GABA) 분비 신경세포' 개발

한인 과학자들이 주도한 국제연구팀이 사람의 줄기세포를 이용해 조현병, 자폐증, 뇌전증 등 정신질환에 관여하는 뇌 신경세포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듀크대-싱가포르 국립의대 제현수 교수는 인간의 수정란에서 얻은 배아줄기세포와 혈액, 피부 등 체세포를 역분화시킨 유도만능줄기세포(iPS) 등을 이용해 신경전달물질인 '가바'(GABA)를 분비하는 뇌 신경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5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한국뇌연구원(KBRI)을 비롯해 싱가포르과학기술연구원 유전체연구소, 싱가포르국립신경과학연구소와 공동으로 진행됐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셀 리포트'(Cell Reports)에 이날 게재됐다.

뇌에서는 흥분성 신경전달과 억제성 신경전달이 이뤄지는데 두 신경전달의 균형이 인간의 행동, 감정, 의식 등 뇌 활동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바는 대표적인 억제성 신경전달물질로 뇌 속 신경계의 전체 균형을 유지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그동안에도 정신질환 연구를 위해 줄기세포를 이용해 신경세포를 만드는 연구는 있었지만, 가바를 분비하는 신경세포는 만드는 과정이 복잡하고 실험에 사용될 정도로 성숙시키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돼 개발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에 연구팀은 가바분비신경세포를 간단하고 빠르게 만들기 위해 촉매제 역할을 할 유전자의 조합을 찾아내고 연구에 사용될 줄기세포에 발현시켰다.

그 결과 기존에 30여단계를 거쳐야 하던 과정이 1단계 과정만 거치면 되는 수준으로 감소했고 줄기세포가 가바분비신경세포가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기존보다 3~4배 빠른 6주까지 단축됐다.

또 기존에는 줄기세포를 가바분비신경세포로 만드는 성공률이 40% 정도에 불과했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성공률이 80% 이상으로 높아졌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제현수 교수는 "줄기세포 연구가 진척됐지만, 특정 신경세포를 만드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분야"라며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기술을 이용하면 줄기세포를 이용한 가바분비신경세포 대량생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제 교수는 "후속연구로 정신질환 환자에게서 얻은 유도만능줄기세포로 만든 가바분비신경세포를 이용해 정신질환의 원인을 알아내는 연구를 진행중"이라며 "이 기술이 임상에 적용되면 정신질환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최적의 치료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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