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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과 친일 사이… 그 시대 살아가는 개인의 삶과 고뇌
항일과 친일 사이… 그 시대 살아가는 개인의 삶과 고뇌
  • 연합뉴스
  • 승인 2016.08.31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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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밀정’ 이정출역 송강호 인터뷰

(동양일보)김지운 감독의 영화 ‘밀정’은 누가 밀정인지 가려내는 서스펜스를 추구하기보다는 일정 강점기를 배경으로 항일과 친일을 오가며 살 수밖에 없었던 한 개인의 인간적인 고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영화가 이런 방향성을 굳힐 수 있었던 데는 송강호라는 배우의 공이 크다. 그가 한때 상해 임시정부를 위해 일했던 조선인으로 일본 경찰이 된 이정출 역을 맡아 그 내적 갈등을 설득력 있게 표현했기에 누구라도 밀정이 될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아픔이 잘 드러난다.

영화적으로 중요한 이정출의 변심이 현실적으로 그려졌는지에 대해서는 보는 이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송강호는 이에 대해 감독의 말을 빌려 “사람의 마음이 어떤 사건을 계기로 변한다는 것은 단순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이정출의 정체가 모호한 점이 우리 영화가 추구하는 인물의 모습”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연기가 아직도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관객들에 부끄럽지는 않은 수준까지는 올라왔다고 자평했다. 많은 후배가 자신을 롤모델로 삼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느끼면서도 나태해지지 않으려는 마음이 저절로 들어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송강호와 일문일답.

● 이 작품을 선택한 계기는

이야기의 콘셉트랄까. 일본 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와 이야기를 많이 접해봤지만, 회색빛의 시선, 암울한 시대를 회화적 느낌의 인물 구성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또한 김지운 감독과 같이 일한다는 점이 컸다.

● 이정출은 일본 경찰치고는 악랄하지 않고 유화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다. 후에 변절을 염두에 둔 설정인지.

의열단장인 정채산이라는 큰 목표를 위해 미끼를 던진다고 해야 하나. 그런 면에서 유화적인 입장이었다. 방향을 바꾸는 것을 염두에 뒀다면 처음에 더 악랄한 모습으로 나오는 것이 훨씬 더 임팩트가 있었을 것이다. 이정출의 정체가 모호한 점이 우리 영화가 추구하는 인물의 모습인 것 같다. 사실 그 시대를 살아가려면 모호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 열차 식당칸에서 결국 이정출은 김우진과 하시모토 중 어느 편을 들지 선택해야만 했다

이정출은 그 순간에도 파국을 원하지 않은 것 같다. 김우진을 말리면서도 하시모토에게는 이러다가는 다 죽는다고 이야기하고. 정채산의 대사처럼 이정출도 마음의 빚이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자기는 어느 편을 들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고 결정해야 하는 순간은 다가왔다. 결정해야 할 때는 총을 빼 선택할 수밖에 없고. 그 점이 우리 영화의 묘미인 것 같다.

● 변절의 계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저도 처음에 이정출이 변심하게 된 동기가 너무 약하지 않았나 생각했다. 조선인의 핏줄이라고 하지만 관객들에게 보여줄 확실한 무엇인가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감독은 사람의 마음이 어떤 사건을 계기로 변한다는 것을 단순한 생각이라고 보는 것 같았다.

어느 순간 눈빛 하나에 감화될 수 있고, 말 한마디에 전향할 수도 있기에 감독은 그런 깊이감으로 연출하고 싶었던 것 같다. 감독은 사람의 변심을 그렇게 그리면 우리 영화가 그린 세계 자체가 작아 보인다고 말했다. 제가 한 수 배웠다. 감독이 어떤 세계를 그리고자 했는지를 느꼈다. 이정출이라는 개인의 변심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밀정이 될 수 있는 시대를 담았다.

● 김지운 감독과 호흡은

20년 전부터 같이 작업했지만 대화를 많이 나누지 않는다. 배우 입장에서 대화를 통해 해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물론 꼭 필요한 이야기는 감독과 나눠야겠지만, 결정적인 것은 배우 자신의 감성에서 나온다. 감독은 그걸 지켜보고 컨트롤하는 일을 하는 것이고. 그런 측면에서 김지운 감독과 궁합이 잘 맞는다.

● 극 중 인물들에 대한 연민이 가지 않나.

연민도 있지만 영화는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시대의 아픔을 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정출이 연계순의 시신을 보는 장면이 있다. 영화는 시신 전체를 보여주지 않고 그의 작은 손만을 보여준다. 그 장면을 찍기 전에 감독이 가장 아프고 가장 슬픈 장면이 될 것이라고 넌지시 말씀하셨다. 그 작은 손이 우리 민족을 상징하지 않을까. 고통을 받고 생명이 끊어진 작은 손 하나를 잡아주지 못했던 시대였다는 것이 이 영화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 베니스영화제에 초청받았는데 한일 역사문제를 다룬 이 영화에 대한 해외의 반응은

해외에서 굉장히 예상보다 호평하고 있다. 해외는 장르적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 만듦새나 스타일리시한 느낌이 인상적이라고 한다. 어찌 됐든 지배와 피지배의 역사는 어느 국가에서 조금씩 가지고 있으니 공감하는 부분이 있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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