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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검사와 그 판사
그 검사와 그 판사
  • 동양일보
  • 승인 2016.09.06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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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표 <시인·전 단양군수>
 

지난 세월 만났던 사람들에게 나는 고마움을 느낀다. ‘인생이란 시로 짜는 피륙과 같은 것’이라는 시구처럼 수많은 사람들과 인연으로 짜이는 그 안에서 만남과 헤어짐이 어우러져 가로 세로로 만들어 지는 한 벌의 옷처럼 느껴진다.

나에게 잊지 못할 기이한 인연이라면 지난 민선 5기 선거과정에서 선거법 위반 사건을 고발하면서 만난 검사와 판사들과의 인연이다.

돌이켜보면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는 가슴 한쪽에 쌓여있는 의문이 많다. “돈 봉투를 주고받은 것은 이건표의 자작극”이라는 말을 유세 과정에서 한 상대 후보의 선거법위반 여부를 가리게 됐다.

들었다고 하는 사람 820명의 서명을 받아 고발 했는데 몇 달이 지나도록 검찰은 한사람도 참고인 조사를 하지 않고 기소했다. 재판 과정에서 증인으로 10여명 추천해 달라고 부탁해 추천해 줬더니 그 증인 중 3명을 위증으로 처벌하고 나는 ‘위증 교사’라고 하여 재판을 받게 됐다.

그러나 나는 지금 내가 생각하고 집착했던 많은 것들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만남을 통해 검사와의 인연에서 만들어진 시 한편으로 지금도 충분히 감사하다.

‘정의를 행하는 곳’ // 도주의 우려가 있으므로 구속입니다. // 숨이 멈추고 / 하늘이 무너지려한다./ 눈을 감고 허우적대며 / 흔들림에 격렬한 순간이 된다. // 세상은 아무런 일 없다는 듯 / 소나무는 바람에 흔들리고 / 구름은 한가로이 이리저리 떠돌고 / 햇살은 서쪽 하늘에 저녁노을을 그리고 있다. // 하늘을 떠받치려 하여도 / 무너지려는 하늘이다. / 무너지려고 하는 것은 // 짊어지기 어려운 마음의 일이다. / 허공에 번지는 억울한 눈물 / 히포크라테스 후예라는 자들 / 배배 꼬인 코털 하나 건드리지 못한 채 / 공중분해 되고 / 그 놈들 오만한 콧대만 높였다. //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는 형식을 위한 장식품 되어 / 액자 속에서 질식해 버린 지 오래 되었다. / 그 들은 위선으로 덕지덕지 기운 유니폼으로 / 갈아입고는 으쓱 거린다. // 인간 세상 선악을 심판하는 곳에서 / 악이 있고 / 정의를 행하는 곳 거기에도 악이 있다. / 울림의 소리가 환청으로 들린다. //

검사와의 인연으로 법무부 연수원인 교도소에서 1년 동안 재판을 받았다.

러시아의 육군 장교였던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은 문서 날조 혐의로 체포되어 시베리아 수용소에서 11년 세월을 보내야 했다. 이후 솔제니친은 ‘수용소군도’에서 수용소 참상을 폭로하여 197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 하였다. 이 책에서 솔제니친은 다음과 같이 고백 했다 “감방이여, 고맙소” 감방도 감사의 눈으로 보면 고마울 데가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한때는 나만 아프다고 생각했고 그게 너무 억울해 두 얼굴의 검사를 경멸하고 증오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안다. 이 모든 것이 인연이라는 것을…….

재판과정에서 판사와의 인연이다. 내가 생각한 판사님은 청렴하고 공명정대하다고 알고 살아왔다. 그러나 나의 생각이 너무 틀리다는 것을 느꼈다. 재소자에게 판사는 생사여탈권을 가지는 절대적인 하나님 같은 존재이다. 판사가 하나님이라면 변호사는 목사님이라 할까.

그런데 목사님도 부패되었고, 판사도 오염이 심각하다. 재소자들 사이의 대화 내용이다. “몇달전에 옷 벗은 판사님인데 집행유예조건으로 1억이면 된데…….” “이 사건 맡은 판사와 사법동기생이라고 5000만원 달라고 하던데”…….

판사와 변호사 모두 장사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 인연이 고맙다. 한해 한해를 지나고 보니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고 또 한편의 시를 쓸 수 있었으니까.

‘피고인’ // 명칭부터 주눅 드는 나는 / 피고인이다. / 당당해 지려고 해도 / 왜 그들 앞에서는 작아지는 / 슬며시 화가 나는 아침, / 창밖 / 새들은 속삭인다. / 붓 꺾고 침 뱉고 돌아서는 자신을 보라고 // 강한 자들 앞에서 터무니없이 늘어가는 무력감 / 아무리 설명해 주어도 변명해 보아도 / 껌처럼 붙어버린 의혹의 눈길은 깊어만 가고 / 어디서나 잡념에 사로 잡혀 답답함의 무게에 눌려 / 축 늘어진 어깨 / 한구석에 쪼그린 피고인 // 이 모습은 본디 내 모습이 아니라고/ 따지고 싶은 말도 참으며 / 한사코 묻는 말 아무려도 믿어주지 않는 말 / 꿀꺽 삼키고 대답도 피한다. / 여기서는 침묵은 긍정이다. 굴레가 된다. // 그 모습 지금까지 내려다보시던 하나님 / “두려워 하지마라, 내가 너와 함께 하리라” / 빗줄기 사이로 흘러 들어오는 말씀 한마디 / 위로 받으면서도, 나는 피고인이다.//

사람은 늙어 가면 추억의 속도로 부푼다 했는가? 세월이 흘러 인생의 전환점이 된 소중한 인연을 회상해 본다.


<매주 월·수·금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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