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만의 휴식에 아쉬움도 많았지만, 새로운 마음으로 일상으로 돌아와 민족 대명절인 추석기간 가족과 함께 지내며 느꼈던 부모님의 정을 되돌아보게 된다.

추석 전후 이즈음이 한 해를 통틀어 가장 질 좋은 농산물이 나오는 때라고 한다. 농촌을 지키는 농부들이 도회지로 나간 자녀들이 돌아오는 추석 명절에 맞춰 상경하는 짐 보따리에 바리바리 넣어 줄 농산물들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자녀들을 위해 기른 농산물에 얼마나 정성을 쏟아 부었을지는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일이다.

객지에 나가 고생하며 사는 자녀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란 게 그것 밖에 없으니 마치 자식을 보듯 고추를 돌보고, 참깨를 털었을 것이다. 고향에서 추석 명절을 보내고 부모가 싸주는 참기름이며 사과, 고추 따위를 받아 든 자녀들은 또 “도시에서 다 사먹을 수 있는데 괜히 무겁게 이런 걸 챙겨 준다”며 타박 아닌 타박을 건네지만, 다 고된 농사를 짓는 부모의 거친 손마디가 안쓰러워 건네는 말이다.

한 평생 자식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수많은 희생과 노력을 하신 덕에 지금의 우리가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요즘에는 평균수명이 늘어나서 부모님이 오랫동안 건강하면서도 편안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제일 큰데 나이가 들다보면 성인에 비해서 면역력도 떨어지게 되어서 아프기도 많이 하고 다치게 되는 일 또한 많기도 한데.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후를 어떻게 보낼지가 큰 고민거리이다.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암담한 노년을 보낼 수밖에 없어서다. 직장인들도 문제이지만, 농민들이 가장 큰 걱정이다. 정년에 상관없이 농사지을 수 있는 이점은 있으나, 고령으로 건강상태가 나빠지면서 농지 외에 별다른 재산과 소득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도 농지를 활용한 연금제도가 2011년부터 시작되고 있지만, 부모는 땅을 자식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 그리고 자녀는 부모의 땅은 내가 물려받을 재산이란 생각에 가입을 많이 망설이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농지연금에 가입한 부모님들은 가장 좋은 점이 마음의 안정이라고 한다.

병원을 가고 싶어도 자식들이 걱정할까봐 자녀들이 보내주는 용돈을 받기는 하지만 내심 자녀들에게 부담이 될까봐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한다.

최근 언론보도에 의하면 읍·면 지역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 중 현 경제상황에 만족한다는 응답률은 15.5%에 그쳤다. 84.5%는 경제적으로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건강상태, 여가·문화 활동에 대해 만족한다는 응답도 27.5%, 33.8%로 낮은 편에 속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모 회사의 광고 카피가 있다. 그동안 열심히 일했으니 좀 쉬라는 말이다. 이 말은 비단 젊은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평생 농사를 지으면서 자녀들 뒷바라지 하시느라 먹고 싶은 것 못 드시고, 하고 싶은 것 못 하시지 않았을까. 이번 추석에는 못했지만 다음 설에는 부모님의 제2의 인생의 막을 올릴 수 있는 작은 효를 실천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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