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서 펼쳐지는 숨막히는 생존기

(연합뉴스)‘그래비티’(2013)의 무대를 미국-멕시코 국경지대 사막으로 옮긴 영화 ‘디시에르토’가 국내 관객을 찾는다. ‘그래비티’의 감독 알폰소 쿠아론의 아들이자 ‘그래비티’의 각본을 쓴 조나스 쿠아론이 연출을 맡았다.

극 중 모세(가엘 가르시아 베르날)를 비롯한 멕시코인들을 태운 트럭이 고장으로 사막 한가운데 멈춰 선다. 몰래 미국으로 들어가려는 이들은 하는 수 없이 걸어서 국경을 넘기로 한다.

미국 쪽 접경지대 사막에서 샘(제프리 딘 모건)이 개 ‘트래커’를 태우고 자동차로 순찰한다. 샘은 국경을 넘어온 불법 이민자의 흔적을 발견하자 트래커를 푼다.

저 멀리 일련의 무리를 발견한 샘은 조준경이 장착된 소총으로 이들을 살육하기 시작한다. 모세를 비롯한 멕시코인들은 샘의 이같은 불법 이민자 사냥에서 살아남으려고 필사적으로 도망친다.

‘디시에르토’는 단순한 이야기를 긴장감 넘치는 연출로 극복한다는 점에서 ‘그래비티’와 비교된다. ‘그래비티’의 감독이 ‘디시에르토’의 제작을, ‘그래비티’의 시나리오 작가가 ‘디시에르토’의 연출을 맡아 ‘그래비티’의 그림자가 짙게 깔릴 수밖에 없다.

‘그래비티’가 망망대해의 우주에서 불의의 사고에서 살아남으려고 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렸다면 ‘디시에르토’는 무대를 지상의 사막으로 옮겨 광활한 공간 속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인간이라는 테마를 변주한다. 영화 제목 ‘디시에르토’(desierto)는 사막이라는 뜻의 스페인어다.

제작진은 이야기의 배경이자 주제를 함축한 사막을 스크린에 사실감 있게 구현하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 데스밸리, 유타주 남부, 애리조나, 뉴멕시코, 스페인의 알메리아, 모로코, 멕시코 전역 등 2년간 가볼 수 있는 사막을 다 다녔다고 했다.

결국 최종 촬영 장소로 낙점을 받은 곳은 멕시코 북서부의 바하 칼리포르니아 수르였다. 영화 속에 표현된 이곳은 작열하는 태양을 피할 그늘을 찾아볼 수 없고 사방이 모래와 바위투성이인 황량함 그 자체다.

 

조나스 쿠아론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항상 스티븐 스필버그의 ‘결투’, 로베르 브레송의 ‘사형수 탈출하다’와 같은 스릴러 컨셉의 영화에 관심이 많았다”며 “이 영화들은 아주 적은 대사로 보는 이를 조마조마하게 하는 스릴러이면서 다양한 주제를 내포한 영화”라고 말한 바 있다.’

 

 

캐릭터가 깊이 있게 구축되지 못한 점은 아쉽다. 극 중 인물들이 무명인에 가까울 정도로 영화는 인물들의 정보를 제공하는 데 인색하다. 주인공 모세만 미국에 남겨진 가족을 만나러 다시 국경을 넘는 것으로 그려진다.

 

샘 역시 마찬가지다. 어떤 망설임 없이 인간 사냥을 벌이는 냉혈한이지만 그가 왜 이런 일을 벌이고 왜 이 정도의 악한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그의 차에 인종차별의 상징인 ‘남부연합기’만 달려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멕시코 감독이 멕시코인의 불법 이주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유력 대통령 후보가 멕시코 국경에 높이 약 12m의 장벽을 세워 불법 이민자의 유입을 막자며 반이민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그렇다.

 

10월 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89분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