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TV ‘질투의 화신’

3년 동안 자신을 짝사랑한 여자가

절친과 사랑에 빠지는 삼각 로맨스

 

김건모 ‘잘못된 만남’ 절묘한 OST에

갯벌서 벌인 두남자의 진흙탕싸움까지

공효진, 기상캐스터 표나리 역 등 출연

진지함 속 코믹장면 ‘깨알재미’ 더해

 

 

(연합뉴스)SBS TV ‘질투의 화신’이 신데렐라 이야기에 노골적인 B급 코미디를 가미하는 전략으로 수목극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다.

공효진과 조정석이라는 설명이 필요 없는 두 주인공과 이들에 비해 10살이나 어림에도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매력을 뽐내는 데 성공한 고경표의 조화도 기대 이상이다.

사랑과 질투에 빠진 자들이 보일 수 있는 어처구니없는 모습을 한껏 희화화하고, 사랑으로 인해 벌어질 수 있는 황당한 일들의 최대치에 도전하는 ‘질투의 화신’은 남녀노소를 사로잡지는 못하지만 한밤중 미치도록 웃게 만드는 힘이 있다.

쭞 유방암 걸린 마초와 생계형 캔디의 만남

여주인공 표나리(공효진 분)는 생계형 캔디와 신데렐라 이야기를 결합해 탄생한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적인 인물이다.

공효진의 연기도 그래서 사실 새롭지는 않다. 공효진은 이러한 캐릭터에 최적화된 배우로, 일찌감치 ‘공블리’라는 애칭도 그 덕에 얻었다. ‘파스타’ ‘최고의 사랑’ ‘주군의 태양’ 등에서 보여준 공효진의 사랑스럽고 코믹하며, 푼수 같은 애절한 연기는 ‘질투의 화신’에도 그대로 재현된다.

‘질투의 화신’은 이런 로맨틱 코미디의 장인을 대들보로 세워 기초공사를 튼튼히 한 뒤, 발칙한 비틀기 전략으로 신나게 변주를 하고 있다.

일단 로맨틱 코미디의 남자 주인공을 유방암 환자로 설정하면서 드라마는 재치있게 한 방을 제대로 날렸다. 더구나 그 주인공 이화신(조정석)은 폼에 살고 폼에 죽는 ‘마초‘(남자다움을 과시하는 남성)다.

이 발칙한 소재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새로운데, 드라마는 만족하지 않는다. 이 마초의 가족관계는 ‘콩가루 집안’과 동의어다. 개연성이나 진지함은 찾아보기 힘든 가족관계와 그들의 사연은 대놓고 코미디를 해보자는 작가의 또 다른 선전포고다.

방송사 SBC의 앵커 계성숙(이미숙)과 아나운서국장 방자영(박지영)이 잇따라 한남자(윤다훈)와 결혼을 했고, 이들이 나란히 이화신의 직장 상사라는 설정은 농담을 하자고 덤비는 손짓이다. 하지만 드라마는 천연덕스럽게 이들의 기이한 관계와 상황에 살을 붙여가며 시청자의 흥미를 돋운다.

쭞 되로 주고 말로 받는 짝사랑의 반전

시작은 짝사랑이었다. 3년 묵은 짝사랑. 기상캐스터 표나리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지고지순하게, 자신을 거들떠보지도 않는 마초 이화신을 홀로 사랑했다.

그러나 그게 어느 순간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애정의 삼각관계(크게는 오각관계)로 발전했다. 또 그 과정에서 짝사랑의 화살표 방향이 바뀌었다. 이화신이 표나리에게 애정을 구걸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질투의 화신’은 이러한 짝사랑의 반전이 주는 짜릿함과 쾌감에 더해, 어쩌면 사람을 변화시키는 가장 큰 동력인 질투의 무시무시하면서도 애처로운 화학작용을 눈물이 쏙 빠질 만큼 웃기게 그리고 있다.

유방암을 앓는 동시에 질투에 몸부림치고 괴로워하는 조정석의 연기는 딱 봐도 에너지 소비가 엄청날 듯 하다.

웬만한 액션 연기 저리 가라다. 그는 온몸으로 질투의 감정을 ‘발광’시키는데, 그 바닥을 치는 회한과 처절함을 코미디로 승화시키는 능력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지난 22일 이화신이 만취해서 표나리의 요구에 맞춰 온갖 장르의 노래와 춤을 보여주는 장면이 이 드라마의 절정인가 했더니, 29일에는 더한 것이 나왔다.

갯벌에서 이화신과 고정원(고경표)이 표나리를 놓고 펼친 진흙탕 육박전은 입이 떡 벌어지게 할 만큼 압권이었다.

질투에 눈먼 두 엘리트 남자가 벌이는 이전투구는 앞뒤 사정 모르고 보면 딱 처절한 누아르(폭력범죄 영화)다.

쭞 잘못된 만남의 끝은?

‘질투의 화신’ 배경음악으로 가장 주효한 선곡은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 슬픈 가사를 경쾌하고 빠른 멜로디에 실어나른 ‘잘못된 만남’은 표나리-이화신-고정원의 관계가 꼬일 때마다 적시에 틀어져 시청자의 흥(?)을 돋운다. 갯벌 싸움에서 ‘잘못된 만남’이 울려 퍼질 때는 절로 흥겹게 춤이라도 추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 그런데 작가는 거기서 한발 더 나갔다.갯벌을 벗어난 이화신의 등에서 스멀스멀 기어나온 팔뚝만 한 산낙지에 많은 시청자가 호흡 곤란 증세를 느꼈다. ‘올드보이’의 비장한 산낙지가 단박에 코믹하게 패러디되는 순간.

사랑은 등에 찰거머리처럼 붙어 움직이는 산낙지이고, 질투는 유치찬란한 ‘뻘(‘쓸데없는’의 전라도 사투리)짓’을 유발한다고 드라마는 유쾌하게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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