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과태료재판 절차' 공개…신고 남발 억제·철저한 심리 도모

법원이 '청탁금지법' 위반자에게 과태료를 물리는 재판을 할 때 신고 내용이 부실할 경우 소속기관장에게 보완을 요구하고, 이에 따르지 않으면 처벌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법원은 9일 이 같은 내용의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과태료재판 절차 안내자료'를 공개했다. 이번 자료는 수도권 소재 지방법원에서 과태료재판을 담당하는 판사들이 구성한 '과태료재판 연구반'이 8월과 9월 수차례 내부회의를 거쳐 마련했다.

법원의 과태료재판은 소속 기관장이 청탁금지법 위반자와 위반 사실 등을 법원에 통보하면 시작된다. 통보를 받은 법원은 소속기관장이 함께 제출한 위반 관련 자료들을 검토해 약식이나 정식 과태료재판에 회부한다.

법원은 이때 소속기관장에 대한 통보 보완요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부실한 심리자료만 제출하고서도 소속기관장이 보완요구에 불응하는 경우에는 불처벌 결정을 할 방침이다.

이는 제도 초기 청탁금지법 위반자에 대한 무분별한 신고가 남발될 우려가 있으므로 철저한 관련 자료를 요구해 제도의 안정적인 정착을 꾀하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과태료재판 절차에서 가능한 모든 심리자료를 확보해 철저히 기록을 검토할 것"이라며 "소속기관장 등 조사기관은 사건 초기 신고자료 수집 등 청탁금지법과 질서위반행위규제법 등이 규정한 자료수집 절차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속기관장은 위반자를 법원에 통보할 때 인적사항과 위반 일시 및 장소, 방법 등을 특정한 위반 사실은 물론 △과태료 부과 대상으로 판단해 통보한 이유 △신고자와 위반자, 목격자 등의 경위서와 면담 조사서 △사진, 영상, 영수증 등 객관적 증거자료 등 관계 서류와 증거물 전부를 확보해야 한다.

위반자를 약식 과태료재판에 회부할 기준도 마련했다. 법은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반자를 정식재판이 아닌 약식재판에 회부하도록 규정하는데, 법원이 '상당한(타당한) 이유'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했다.

법원은 우선 △위반 사실이 명백해 당사자의 반증이 필요 없는 경우 △위반 사실이 객관적으로 증명돼 정당한 사유가 없음이 강하게 추정되는 경우 등 과태료 부과가 당연한 사례는 약식재판에 회부할 방침이다.

또 △과태료 부과 통보가 법령을 위반한 경우 △위반 사실을 전혀 특정할 수 없는 경우 △이미 형사처벌 또는 징계부과금을 받아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는 경우 등 과태료 불처벌이 상당하다고 인정될 때도 약식재판에 부친다.

과태료 액수는 일률적인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봐 구체적인 재판 사례를 축적한 후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다만 수수금지 금품의 2배 이상 5배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한 '수수금지 위반자'의 과태료 액수와 관련해서는 다음 달 초순께 구체적인 '가중적 고려요소'를 공개할 방침이다.

법원은 향후 '전국 과태료 사건 재판장 간담회'를 여는 등 과태료재판 관련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