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복 <영동군수>

 

2014년 7월 1일. 지역의 새로운 변화를 열망하는 5만 군민의 염원을 안고 민선6기가 힘찬 항해를 시작한 날이다. 이날은 내가 군수로 취임한 뜻 깊은 날이면서 군정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날이기도 하다.

군수 출마를 마음먹고 나중에 군수가 되면 어떻게 군정을 이끌어 나가야하나 라는 고민을 했지만 그것은 연습에 불과했다. 군수에 취임하고 5만 군민을 생각하니 고민의 무게는 몇 배는 더 훨씬 무거웠다.

취임 이후, 개인생활을 전혀 생각하지 못할 만큼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맨 처음으로 한 일은 읍·면을 직접 찾아다니며 선거 때 미처 귀담아듣지 못한 민의를 청취하고 수렴하는 것이었다.

또 행정 최일선에서 일하는 읍·면 직원들을 격려하면서 지역 내 현안과 애로사항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주민들과의 다양한 간담회를 가져 군민들의 군정에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회의 문화도 일방적 보고방식에서 탈피해 주요 현안에 대해 참석자 모두가 공유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쌍방형 토론회로 바꾸는 등 대안을 모색하는 생산성이 있는 회의문화를 정착시켜 업무의 효율성을 높였다.

또 공무원이 군민을 위해 소신 있게 업무를 추진하고 그 결과에 대해 군수가 책임지는 무한 책임군정으로 신뢰받는 행정을 구현하고자 했다.

이러한 소통행정으로 일궈낸 군정 몇 가지가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는다.

산골 오지인 용화면 주민들은 지하수나 계곡수를 받아 생활하다 보니 걸핏하면 수원이 마르고 수질에 문제가 생기는 등 불편이 커 안정적인 수돗물 공급은 지역의 최대 현안 중 하나로 떠올랐으며 주민들의 숙원이기도 했다.

문제해결을 위해 행정구역은 다르지만 하루 2000t씩 물이 남아도는 설천정수장을 관리하고 있는 전북 무주군에 끈질기게 도움을 요청해 2015년 4월부터 무주군과 인접한 남악마을에 양질의 수돗물을 공급받고 있다.

또 영동읍 매천리 용두공원에 건립하려던 와인터널은 건설 초기부터 ‘혈암지대(셰일층)’인 터널의 지반 자체 강도가 너무 약하다는 안전문제가 제기됐다.

즉시 공사를 중지시키고, 지질 전문기관인 한국지반공학회에 안전진단을 의뢰해 “기존 설계대로 진행할 경우 일부 구간의 지반이 공사를 견디지 못해 붕괴의 위험이 있다”는 결과를 받았다.

이를 보완해 설계변경으로 발파 굴착공법을 바꿀 경우 25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더 들어가 터널위치의 변경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주민 공청회를 열어 군민들의 의견을 듣고 결국 장소를 옮기는 쪽으로 결정했다. 터널건설도 안전을 위해 구조물을 설치하고 그 위에 흙을 덮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2015년 4월 당초 와인터널을 뚫으려던 용두공원에서 그리 멀지 않은 영동읍 동정리에서는 편도 1차로의 도로 옆 절개지서 집채만한 바위와 돌무더기 50여t이 무너져 내리는 낙석사고가 일어났다.

낙석의 원인은 이곳이 당초 와인터널 예정지와 같이 지층이 쉽게 쪼개지는 셰일층이기 때문이다. 아찔한 낙석사고를 경험하면서 400m 깊이로 굴을 파는 대규모 와인터널 사업을 중단하고 위치와 건설방식을 변경해 안정성을 확보한 것은 지금도 잘 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취임 초기에 행정조직의 경직성과 일부 공직자의 무사안일 행태로 인해 군정이 적극적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을 보고 직원들을 많이 질책했다. 그것은 ‘하면된다’는 긍정마인드와 실천의지를 심어주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면서 차츰 적극적으로 일하는 공직풍토가 조성되었고, 600여 공직자가 중앙부처를 문턱이 닳도록 찾아다니며 각종 공모사업과 하천정비사업 등 주요현안 사업비를 확보해 우리군 사상 처음으로 한해 예산 4000억원 시대를 열었다.

또한 시군 종합평가에서도 도내 최하위에서 6단계를 상승한 5위를 차지하며 상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등 중앙과 충북도의 각종 평가에서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둬‘일 잘하는 영동군’으로 평가받고 있다.

여기서 얻은 교훈은 노력하면 된다는 것이다. 자치단체 간 무한경쟁의 시대에 뜻이 있으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유지경성(有志竟成)’의 마음으로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하면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는 긍정마인드와 실천의지가 공직사회에 무엇보다 필요한 때이다.

<매주 월·수·금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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