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은숙
자귀나무에게
김은숙
사랑하지 않았다네 나는
네게 다가서는 만큼 기억은 더 멀어져
허공을 가르는 바람소리만
바람소리 만큼만 남아 있거나 이해되는 시간
폭죽처럼 솟구치는 허공의 네 얼굴이
휘어지는 내 손가락 사이 위험하게 파고드네
다가서지 않으려네 사랑을 모르는 나는
돌아서는 맨발 아래에서 문득 들리는
낯익은 음악소리 파고드는 저 낯익은 두려움
온몸으로 퍼지기 전에 돌아서야 하네
닿을 수 없는 마음이 중심을 통과하는 시간
종일 캄캄하게 침묵으로
닫힌 침묵의 마음으로 한여름을 봉쇄하네
사랑하지 않았다네 나는
흐느낌도 없이
△시집 ‘창밖에 그가 있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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