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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여는 시 / 단풍나무
아침을 여는 시 / 단풍나무
  • 동양일보
  • 승인 2016.11.10 1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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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명

님 찾아 물길 3만리를 달려온 허황옥은

처음 내린 가락국의 바닷가 언덕에서

도착 선물로 바지를 벗어 주었다는데,

 

늦가을 비가 밤새 뿌리고 간 아침,

겨울의 뜨락으로 내려선 단풍나무는

치마를 벗어 바닥에 곱게 깔아놓았다.

 

알록달록 수놓은 황후의 비단치마를

한 동안 황홀한 마음으로 매만지다가

아득한 남쪽 하늘을 돌아다본다.

 

제왕이 아닌 내게 남은 일이란,

치마를 다시 입혀주러 임자가 올 때까지

담벼락에 기대 빗자루를 깨우지 않는 것뿐.

 

△시집 ‘정신의 뼈’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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