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위해 물불 안가리는 세명의 여성이야기 담은 판타지

(연합뉴스)검은 드레스를 입고 입에 피를 묻히며 괴물의 심장을 뜯어먹는 왕비, 어느 날 갑자기 젊음을 얻게 된 비밀의 여인, 괴물과 맞서 싸우는 공주.

‘테일 오브 테일즈’는 엔딩크레디트가 올라가도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할 정도로 강렬한 인상과 여운을 주는 작품이다.

오싹하고 기묘하며, 허를 찌르는 반전이 가득한 3개의 동화가 씨줄과 날줄처럼 얽히다가 하나의 퍼즐로 완성된다.

세 왕국에서 벌어지는 각 일화 속 주인공은 모두 여성이다.

아이를 낳기 위해 남편인 왕을 희생시켜서라도 원하는 것을 얻는 강인한 성격의 왕비, 젊음과 아름다움에 집착하다가 파국을 맞는 자매, 아버지의 강요로 괴물을 남편으로 맞는 공주가 전면에 등장한다.

모두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지만, 그러면서도 무모할 정도로 용맹함을 발휘하는 캐릭터들이다. 백마 탄 왕자를 앉아서 기다리는 신데렐라는 이 영화 속에 없다. 그것이 자신의 욕심이든, 운명이든 직접 쟁취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상상을 뛰어넘는 스토리가 강력한 흡인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탄탄한 원작 덕분이다.

이 영화는 이탈리아의 셰익스피어라 불리는 잠바티스타 바실레의 동화를 원작으로 한다.

잠바티스타 바실레는 베니스에서 구전으로 내려오는 이야기들을 동화로 묶어 ‘테일 오브 테일즈’라는 책을 썼다. 이 책은 훗날 그림 형제와 안데르센과 같은 유명 작가들에게 영감을 줬고 ‘라푼젤’, ‘신데렐라’, ‘장화 신은 고양이’, ‘헨젤과 그레텔’ 등의 명작을 탄생시킨 원형이 됐다. 이야기 자체도 독창적인데, 화려하고 강렬한 영상은 이야기에 숨을 불어넣는다.

바로크 시대 의상과 스타일을 그대로 재현한 극 중 인물들의 모습은 마치 그 시대 회화 속에서 걸어 나와 관객에게 말을 거는 듯하다.

몽환적인 화면이 이어지는가 싶다가도 바닷속 괴물이나 송아지 크기만 한 빈대가 툭툭 등장하는 등 관객을 종잡을 수 없게 만든다. 때때로 피가 철철 흘러넘치는 장면으로 놀라게 하기도 하는, 공포와 SF가 혼합된 독특한 판타지 영화다.

11월 2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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