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구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

 

충청권은 중요한 선거 때마다 영남권과 호남권의 캐스팅보트와 킹메이커 역할을 담당해왔다. 그런데 충청권이 4·13총선을 기점으로 이제는 더 이상의 캐스팅보트와 킹메이커의 역할을 거부하고 차기 대선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영?충?호 시대의 도래를 기대하면서 전면에 ‘충청권 대망론’을 들고 나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4.13총선 직후 충청의 맹주 JP(김종필 전 총리)는 서울의 한 호텔에서 충청권 당선자들과의 축하 자리에서 “이제는 충청에서도 목소리를 낼 때가 됐다”면서 “충청의 정치인들이 합심해서 중앙정치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충청권 맹주의 이러한 주문을 계기로 ‘충청 대망론’에 급격하게 불이 붙었다. 충청권 인사들의 대권 출마 여부가 단연 정치권의 화두로 자리 잡은 것이다.

충청 출신의 정치인들 중에서 지금 ‘충청 대망론’에 적극적으로 도전하여 최선봉에 선 대표적 인물로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안희정 충청남도 도지사 등을 들 수가 있다.

충북 음성 출신인 반기문(72세) 유엔 사무총장은 그동안 새누리당 친박계와 박근혜 대통령과의 친분 등으로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차기 새누리당 유력 대권 후보로 물망에 올랐다. 지난 2016년 5월 28일 반 총장은 JP는 물론 정치 원로들과도 회동을 가졌다. 5월 29일에는 안동 하회마을을 방문해 서애 류성룡 선생의 고택 충효당(보물 414호)에 기념식수를 하기도 했다. 반기문 총장과 JP와의 회동은 충청권 결집을 불러일으키는 효과를 거두고, 안동 하회마을 방문은 ‘충청권+대구·경북’ 시너지 효과로 이어져 충청 대망론이 현실화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여파로 인해 반 총장은 앞으로 새누리당 친박계의 도움을 받기가 어려워져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기에 처해 있다.

반 총장은 최순실 사태의 여파로 인기가 떨어지는 바람에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한 11월 2주차 주간 집계에 따르면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문재인 국회의원이 21.4%, 반 총장이 17.2%로 오차범위 밖에서 문재인 국회의원이 앞서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이런 가운데 반 총장의 지지모임인 ‘반딧불이’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LW컨벤션에서 창립총회를 갖고 본격적으로 세몰이에 나섰으나 참석 인원이 150여명에 지나지 않아 주최측을 실망시키고 말았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충남 논산 출신으로 강력한 대권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데,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이 3.7%(안철수 10.2%, 이재명 9.0%, 박원순 5.3% 오세훈 4.1%, 손학규 4.0%, 김무성?유승민 3.6%)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지금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할 경우 헌법 상 60일 내에 후임자를 선출하게 되어 있는데다가, 공직선거법 53조에 의거 공무원의 경우 90일 이내에 사퇴해야 하는 규정이 있어, 차기 대선에 출마를 못하게 된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가 현실화돼 반기문-안희정 두 강력한 주자가 대선에 나서지 못할 경우을 대비해 4선의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청주 상당)과 충남 공주 출신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 대안론을 거론한다. 하지만 현재 그들이 상대적으로 '반(潘)-안(安)'만큼의 인지도나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 못해 충청대망론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게다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정국을 강타하면서 충청권 유력인사들이 잇따라 유탄을 맞고 물러나는 바람에 지금 충청권 대망론은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김종덕 전 문체부장관과 이원종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미 사퇴했고, 새누리당 정진석(공주·부여·청양) 원내대표도 12월 2일 새해 예산안 처리 후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병수 의병장의 손자인 한민구 국방부장관은 한일군사보호협정 가서명의 장본인으로 해임위기에 처해 있다. 2014년 충청권 첫 원대대표에 오른 뒤 국무총리까지 지냈던 이완구 전 총리도 아직까지 재기를 못하고 있다.

한 때 충남 논산 출신의 이인제, 충북 괴산 출신의 김영환 등이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여 정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으나 이들 역시 지난 4.13 국회의원 선거에서 패배하여 재기가 힘든 상태에 놓여 있다. 그런데 20대 국회에는 충청 출신 국회의원이 51명이나 포진해 있고, 장관이 2명 재직하고 있으며, 중앙의 주요 기관에서 수많은 인재들이 충청지역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무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2016년 말에 임기가 끝나 2017년 1월 1일 귀국해 2017년 12월 20일에 실시될 19대 대통령 선거에 도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래서 반기문 ‘충청대망론’은 아직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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