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으로 먹는 수준 아닌 고농도로 암세포 투여 결과

(동양일보) 고추나 후추 속의 톡 쏘는 매운맛 성분인 캡사이신이 유방암 세포의 성장을 억제하고 죽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물론 음식으로 섭취하는 수준이 아니라 실험실에서 고농도로 암세포에 직접 투여한 결과다.

의학매체 메디컬익스프레스 등에 따르면 독일 보훔대학교 한스 하트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악성 유방암 환자들의 몸에서 추출한 암세포에 캡사이신을 투여하며 관찰했다.

그 결과 암세포 속에 들어 있는 바닐로이드수용체1(TRPV1)가 활성화됐으며 암세포의 세포분열(증식) 속도가 느려졌다. 나아가 암세포 상당수가 괴사(壞死)하고 소멸됐다.

생존 암세포들도 활동성이 크게 떨어졌다. 이는 체내 다른 부위로 전이되기 어렵게 됐음을 뜻한다.

연구팀은 헬리오날이라는 화합물도 유사한 효과를 냈다고 밝혔다.

실험에는 SUM149PT라는 암세포가 사용됐다. 이는 유방암 중에서도 공격성이 강해 약물로 화학치료를 해야만 하는 종류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 결과는 캡사이신 등 특정 약물로 TRPV1 수용체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면, 이런 악성 유방암 치료에 새로운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음식으로 섭취하거나 냄새를 흡입하는 정도로는 암을 치료하기에 충분치 않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이에 앞서 캡사이신과 분자구조가 유사한 아르바닐이라는 화합물이 뇌암에 효과가 있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이 물질은 부작용 때문에 인체 사용이 승인되지 않았다.

TRPV1은 통증 수용 단백질이라고도 한다. 캡사이신은 몸 속의 TRPV1과 결합해 통증(매운맛)과 열·땀을 내고 지방 분해, 장내 살균 작용, 염증 치료, 종양억제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그러나 과도하게 섭취하면 오히려 위암이나 피부암 등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연구결과는 온라인 학술지 '도브프레스'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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