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통기업과 화장품 수출 업무협약 제동
반도체 제조설비 이설 선적작업 어려움 겪어

▲ 지난 23일 충북도청 소회의실에서 경제유관단체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국제환경변화에 따른 충북수출 대응전략 2차 간담회’가 열렸다.<사진·경철수>

별반 다를것 없는 2차 간담회 ‘탁상공론’ 지적

충북지방기업진흥원 상담센터 설치 공염불 그쳐

(동양일보 경철수 기자)#1.청주에서 기능성 화장품을 제조하는 A사는 지난 6월 중국의 대형 유통회사인 B사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중국시장 진출을 꾀했지만 협약체결 한 달여 만인 지난 7월 한-미가 북한 핵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사드배치를 전격 결정함에 따라 중국 정부의 사드보복으로 보이는 통상압박에 시달리면서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2.청주의 한 반도체 제조사 협력업체인 C사는 원청업체가 생산라인 시설개선으로 남는 제조설비를 중국 공장으로 이설하기 위한 선적작업을 올 상·하반기 두 차례 하기로 했으나 지난 9월 곪아있던 한진해운 사태가 표면화 되고 중국 정부의 통상압박이 맞물리면서 내년 상반기로 연기했으나 그 기한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적잖은 피해를 보고 있다.

▲ 지난 23일 충북도청 소회의실에서 열린 ‘국제환경변화에 따른 충북수출 대응전략 2차 간담회’에서 설문식 정무부지사가 참석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사진·경철수>

이처럼 충북도내 기업들이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보이는 통상압박에 시달리고 있지만 충북도는 탁상공론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충북도는 지난 23일 도청 소회의실에서 경제유관단체장이 참여하는 ‘국제환경변화에 따른 충북수출 대응 전략 2차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익수 충북도 국제통상과장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2017.1.20.)과 중국의 사드보복 등 불확실한 경제상황이 이어지면서 일상화 된 경제 위기상황에 따른 충북 수출의 대응전략을 발표했다.

하지만 한국의 대외 수출 의존도가 1위인 중국(25%)과 2위인 미국(13.5%)에 집중돼 있어 ‘수출 거래선을 다변화해야 한다’거나 ‘유관기관 협의회를 수시로 개최해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중소기업 경영안정자금을 지원 한다’는 식의 1차 간담회와 별반 다를 것 없이 늘 반복되는 원론적인 담론만 담아냈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이 과장은 “충북도는 피해 본 것이 없고 아직 큰 동향도 없는 상황”이라며 안일한 태도를 보여 지역경제유관단체장의 우려를 자초했다.

지난 11월 14일 같은 장소에서 개최했던 1차 간담회에선 충북연구원의 발표 자료를 바탕으로 충북지방기업진흥원에 상담센터 등 ‘컨트롤 타워’를 두고 도내 수출중소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수시로 모니터링 해 파악하고 중국의 사드보복 대응전략을 자체적으로 마련해 가자는 의견이 제시됐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2차 회의에선 이뤄지지 않았다.

권혁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미주팀 연구원은 “최근 미 상무부가 중국산 세탁기에 대해 반덤핑 예비 판정을 내린 바 있는데 이는 한국 기업 제품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해당기업인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생산기지를 제3국으로 이동하면서 다음달 최종 승인되더라도 실질적인 피해는 적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자금여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협력업체는 큰 타격이 예상돼 중소기업들의 자금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수중 공주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한국(충북)의 중국 수출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특히 한국의 대중국 기술 수출은 2014년 29억5000만달러로 1위를 차지했으나 최근 기술격차가 3.3년으로 좁혀지는 등 위기를 맞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충북의 경우 주력 수출산업인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플라스틱 등 중간재 분야 타격 가능성이 있다”며 “베트남으로의 사업체 이전 등 수출지역 다변화와 중국 부유층을 겨냥한 소비재의 고급화와 관광상품 개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명재 오창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은 “나라경제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 충북의 수출통계 수치가 좋은 것은 충북도의 그간 노력을 높이 살만하다”며 “다만 수출 효자종목인 SK하이닉스의 반도체를 빼면 지역의 중소제조업체들 개별품목 경제지표도 그렇게 좋을지 의문”이라고 정책적 배려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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