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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문장을 읽다/김병기
밤의 문장을 읽다/김병기
  • 동양일보
  • 승인 2017.01.09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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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잠이 스르르 깬다 낮은 소리로 내려오는 빗소리를 그냥 보낼 수 없어 소나무의 침엽에 매달린 물방울을 조심스레 터뜨리고 오랫동안 떨어진 자리를 쳐다본다 밤비는 금속처럼 차다 그러나 뿌리로 스미면 뜨거운 입김처럼 분사되는 정한 이치를 가슴 속 빈터에 옮겨 심고 꺼진 꽁초처럼 몸을 말아 잠깐에 대한 삶을 생각한다

 

타기 전까지 자갈처럼 오랜 시간을 견디는 내 어둠의 모서리를 가만히 끌어당겨 불을 붙이고 담뱃잎을 가볍게 했던 흙벽 건조실의 분탄처럼 물과 반죽되어 활활 타던 유년의 한쪽을 만져보는데 아직도 냉기 가득한 빙하처럼 흐르는 나의 피와 못처럼 두개골을 박아대던 얼얼한 정신의 아픔 부위가 위경련처럼 찾아오는 새로 두 시

 

잠은 불 꺼진 창문처럼 오는데 아직 타지 못한 부분의 통증이 편두통처럼 밤을 부딪는 어둠의 자궁까지 꼼꼼히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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