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상도 ‘척척’… 한국사람 다됐죠”
● 결혼이주여성 장효교씨
한국에서 맞는 세 번째 설
명절때마다 긴장의 연속이었죠
이젠 설음식 만드는 ‘실력자’
중국 친정가족 곧 만나러가야죠
청주 내덕동에 살고 있는 결혼이주 여성 장효교(34·사진)씨는 오는 28일이면 한국에서 세 번째 설을 맞는다. 그의 고향은 중국 헤이룽장성(黑龍江省). 청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이중언어코치로 일하며 결혼이주여성들의 원활한 한국 정착과 이주여성과 자녀 간 소통을 돕고 있다.
장씨는 10년 전 중국에서 현재의 남편과 결혼해 8년을 중국에서 살다가 한국에 들어 온지 2년 5개월이 됐다. 중국과 한국의 문화가 비슷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낯선 한국의 풍습 탓에 첫 명절은 긴장의 연속이었다고 회고하는 장씨.
“설이 다가오니 한국에 와서 처음 맞았던 명절이 생각나요. 그때는 음식 만드는 것이 익숙하지 못해 시어머니 어깨너머로 보는 것이 전부였어요. 상 차리는 방법도 몰라 실수하지 않으려고 조심하고 또 조심했어요.”
실수할까 작은 일에도 조마조마 했었지만 이제는 혼자서 차례상도 ‘척척’ 차릴 수 있게 됐다. 다가오는 설에는 그동안 자주 보지 못했던 가족들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지만 가슴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도 있다. 한국에 들어온 뒤로 일이 바빠 중국에 있는 친정 가족을 만나지 못해서다. 중국에서 명절이면 볼 수 있었던 홍등과 폭죽도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한층 더하는 요소다.
장 씨는 “일이 너무 바빠 한국에 온 뒤로 중국에 있는 어머니와 남동생을 보러 가지 못했다”며 “조만간 시간을 내 남편, 아이들과 함께 중국에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장미>
“응급실 찾을 일 없도록 건강한 설이길”
● 청주성모병원 응급의료센터장 이경호씨

 

고향 부산에 못가 아쉽지만
연휴 동안 응급환자 돌보는게 임무
모든 의료진 만반의 준비 마쳐
시민들 건강·풍성한 설 보냈으면
명절이 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향에서 가족, 친지들과 밥상에 둘러 앉아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가 하면 평소처럼, 어쩌면 그 보다 더 열심히 자신의 위치를 지키는 사람들도 있다. 생사를 다투는 긴박한 상황이 연속되는 병원 응급실이야 말로 명절의 들뜬 분위기 속에서도 묵묵히 주어진 책임을 다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생과 사의 갈림길’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는 이곳에서 명절 분위기를 느끼는 것은 그야말로 사치다.
이경호(49·사진) 청주성모병원 응급의료센터장도 이번 설에는 고향 대신 응급실을 지킨다.
“고향인 부산을 가지 못해 아쉽습니다. 하지만 의사 가운이 주는 신념을 가슴에 새기고 연휴 동안에도 열심히 응급환자를 돌보겠습니다.”
연휴 기간 문을 여는 곳이 한정돼 있다 보니 오히려 종합병원의 응급센터는 평소보다 더 분주하다.
이 센터장은 “올 한해에는 환우들과 병원 동료들의 가정에 행복이 가득하길 기원한다”며 “응급실을 찾을 일 없도록 모든 시민들이 안전하고 건강한 설을 보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센터장을 비롯한 청주성모병원의 의료진들은 연휴기간 동안 시민들의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몸이 아픈 환자들을 위해 고향 생각은 잠시 뒤로하고 더 세심하고 꼼꼼하게 진료와 치료에 매진키로 다짐했다.   <박장미>

 

“고향 가고 싶지만 시민의 발 역할 ‘뿌듯’”

● 택시기사 조수복씨
택시기사 경력 25년의 베테랑
이번 연휴도 시민위해 도로로 나서
경제적 이유로 못쉬는 동료 안타까워
불황 뚫고 서민들 삶 나아지길 바라
“시민들의 발 역할을 할 수 있어 뿌듯합니다. 명절 연휴 기간 시민들이 불편하지 않고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택시기사를 시작한지 25년이 된 조수복(54·사진)씨도 연휴기간 시민들의 발 역할을 대신하기로 했다.
힘들더라도 누군가는 거리로 나와야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조씨. 베테랑 운전기사인 조씨는 시민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올 설에도 운전대를 잡는다.
“저는 그나마 나은 상황이지만 다른 동료들의 경우 경제적인 이유로 연휴에 고향 대신 택시를 끌고 일하러 나오는 사람도 많지요. 경제 불황에 명절의 여유를 뺏긴 동료들을 보면 많이 안타깝습니다.”
그는 택시 이용객들이 적은 연휴기간임에도 한 푼이 아쉬워 쉬지 않고 일터로 나오는 택시 기사들도 많다고 전했다.
연휴에도 일을 해서 아쉬운 마음은 있지만 가족이 있어 일할 맛이 난다는 조씨. 고향에서 가족들과 오붓하게 식사하는 대신 일터에 나오기로 했지만 그래도 가족이 있어 버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올 한해에는 우리 가족 모두 건강했으면 한다”며 “경제도 좋아져서 서민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졌으면 한다”는 소망을 전했다.  <박장미>

 


“취업성공해 당당히 명절 쇠러 가고파”

 

● 편의점 알바생이자 취준생인 이상윤씨
고향 내려가 가족들과 시간보내고 싶지만
취업난 가족 걱정 듣는것보다 일이 편해
다음 명절에는 꼭 구직에 성공할 것
부모님께 용돈 드리는 든든한 아들되고파

“취업이 돼 당당하게 명절을 쇠러 가고 싶습니다.”
‘취준생(취업준비생)’은 매년 오는 명절에 알바, 공부 등의 핑계로 고향에 가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그래서인지 24시간 운영되는 편의점은 고향에 가기 싫은 ‘취준생’들의 ‘도피처’나 다름없다.
편의점 알바생인 취준생 이상윤(27·사진)씨는 “명절연휴 기간에는 손님들이 더 몰리는 편”이라며 “취객손님들이 진상을 부릴 때면 고향에 내려가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 하는게 서글프다”고 말했다.
최악의 취업난을 겪고 있는 취업준비생들에게 명절 연휴는 오히려 지옥이다.
명절 때 만나야 하는 가족과 친척들의 지나친 관심은 취준생들을 명절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한다.
또 일부 취준생들은 설 연휴기간 알바를 통해 조금이나마 생활비를 보태고자 단기 알바에 뛰어드는 경우도 있다.
이씨는 “집에서 취업에 대한 부담을 주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취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알바를 하거나 공부를 하는 게 마음 편하다”며 “다음 명절에는 취업에 꼭 성공해서 당당히 연휴를 즐기고 싶고 부모님에게 용돈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신홍경>


“24시간 시민 곁에… 안전 걱정마세요”

 

● 경찰관 이동준씨·소방관 최태환씨
연휴기간 특별경계근무 돌입
시민들 안전 지키는게 우리 주임무
빈집 순찰강화 등 방범시간 더늘려
전기코드 뽑아 화재예방에 만전
설날연휴에도 경찰과 소방관들은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특별경계근무에 돌입하는 등 더 바쁘다.
이들은 가족들과 함께 명절을 보내지 못해 아쉬워 하기도 하지만 시민들을 보호하는 ‘파수꾼’이라는 사명감에 고된 줄 모르고 설 연휴를 맞는다.
명절연휴에는 가정폭력사건 신고가 증가한다.
청주오송파출소 이동준(40) 경사는 “설 연휴 등 명절에는 경찰의 업무가 평소보다 더 많아지는 것 같다”며 “특별방범기간이라 빈 집을 지키고 절도, 가정폭력을 예방하는 등 순찰업무를 강화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화재나 기타 안전사고를 대처하기 위해 24시간 대기하는 소방관들도 예외는 아니다. 명절연휴에는 집을 많이 비우기 때문에 전기 합선 등으로 인한 화재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주동부소방서 최태환(28) 소방교는 “명절에는 고향에 가지 못 하는 외로운 사람들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가 많아 안타깝다”며 “집을 비울 때는 전기코드를 뽑는 등 화재 예방에 철저를 기하고 음주는 적당히 하는 것이 본인건강과 가족 등 주변 사람들의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길”이라고 당부했다.   <신홍경>


“경제불황 직격탄… 그래도 자리지켜야죠”

 

● 청주 육거리시장 상인 한창현씨
 지난 설 2~3일전 북새통 이뤘지만
 요즘은 생각보다 사람 많지않아 걱정
 대목 매출 중요한데 상인들 시름 늘어
‘연휴 나들이족’ 시장으로 오셨으면
‘연중무휴’ 서비스업 종사자들은 명절연휴가 되면 평소보다 더 바쁜 하루를 보낸다.
청주 육거리시장 상인 한창현(43·사진)씨는 “보통 명절연휴 2~3일 전에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며 “그래서 올해는 물량을 더 많이 준비했는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지 않다. 설날연휴가 끝날 때까지 쉬지 않고 자리를 지켜야할 것 같다”고 한숨을 지었다.
명절에 매출상승을 기대하는 건 음식점도 마찬가지다.
명절 연휴를 틈새시장으로 삼는 음식점 주인들은 연휴를 포기하고 식당 문을 열고 있다.
청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모(58)씨는 “요즘 경제가 어려워 하루 쉬는 것도 쉽지 않다”며 “자리가 잡히면 가족들과 명절을 함께 보내기로한 것이 30년 째인데 올해도 연휴를 쉬지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음식점 주인들은 명절이 되면 오랜만에 모이는 가족들의 외식이 늘어 매출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것을 알기 때문에 ‘연휴 나들이족’에 거는 기대가 크다.
그러나 올해는 경기 불황에 청탁금지법(김영란법)까지 겹치면서 소비가 크게  위축, 매출상승이 예상만큼 크지 않을 것으로 보여 명절연휴 대목을 노렸던 자영업자들의 한숨은 깊어만 가고 있다.   

<신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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