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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갯골/정진명
작은갯골/정진명
  • 동양일보
  • 승인 2017.02.02 2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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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뒷산에서 승천했다는 용이

용상골에 다시 돌아왔다. 거대한 불길 뿜으려던

입 속의 목젖에서 고속도로가 튀어나와

보은과 상주를 향해 허공을 질러간다.

한껏 벌어진 아가리의 오른쪽 입귀에

동일이네 집과 준민이네 집이 피어링처럼 걸려있다.

잠시 후면 굉음이 용의 출현을 세상에 알릴 것이다.

전설이 하늘로 올라간 뒤

땅 속에서 잠자는 용을 깨우기 위하여

목구멍을 파는 토목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그것만으로도 마을은 동강나고

큰 갯골 작은 갯골의 천 년 골짜기는 진흙탕이다.

2학년 동일이와 신입생 준민이는

날마다 그 용의 입귀로 돌아가 잠자고

아침이면 침샘 골을 따라 등굣길에 나선다.

하늘로 올라간 용의 목젖을 건드렸으니,

이제 마을의 전설과 함께 깨어나

벼락의 언어로 말을 할 것이니,

그 호통이 머리 위로 꽈르릉 들려올 때까지

굴착기는 목젖 안쪽으로 자꾸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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