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소비위축·일부 진정 국면 입식불구 같은 날 가격인상
도매가 인상요인 해명… 공정위, “확인 필요한 사항이다”

▲ 한 대형마트 닭고기 판매대<연합뉴스 DB>

(동양일보 경철수 기자)대형마트 3사가 같은 날 닭고기 값을 동시에 인상하면서 가격담합 논란이 일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확인에 나섰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롯데마트, 이마트는 이날 일부 닭고기 품목 가격을 6~8% 인상했다.

마트들은 도매가 인상에 따라 매주 가격 조정이 이뤄지는 목요일이라 의도치 않게 한날 동시에 인상하게 됐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조류독감(AI) 사태로 수요가 줄 때는 가격을 낮추지 않다가 인상은 기민하게 날짜까지 맞춘데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일례로 4900원 수준이던 백숙용 생닭(1㎏)의 가격은 이날 5280원까지 올랐다.

한 마트에선 무항생제 닭고기(300g) 값이 3200원에서 3500원으로 9.3% 인상됐다.

일단 마트들이 설명하는 인상 배경은 도매가격 상승이다.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육계(고기용 닭) 도매가격(1㎏당)은 지난 1일 2666원에서 7일 3480원으로 30% 정도 뛰었다.

설 이후 유통업체들이 일제히 닭고기를 매장 등에 다시 채워 넣는 과정에서 수요가 몰린 게 가격 급등의 가장 큰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 닭고기 전문업체 관계자는 “도·소매상 모두 설을 거치면서 빈 창고나 판매대에 물건을 다시 보충하기 위해 한꺼번에 매입에 나서는 상황”이라며 “마트들은 AI 사태에 따른 도살처분으로 육계 공급 줄었는데 소비는 유지되자 불가피하게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선 이는 결정적인 가격인상 요인이 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AI가 일부 지역에서 진정국면에 들어서면서 이동제한 조치도 풀리고 입식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마트 식품부문 관계자조차 “산란계(알 낳는 닭)에 비해 육계와 육계를 낳는 종계(번식을 위한 닭)의 AI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닭고기 가격 강세는 계란만큼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란계를 낳는 종계의 50%가 도살 처분돼 올 가을이나 겨울에야 가격이 AI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계란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는 얘기다.

더구나 마트 3사는 지난해 11월 중순 AI가 발생한 뒤 닭고기 수요 감소로 도매가격이 줄곧 떨어져 12월 말 2200원대에 이를 때는 소매가격을 큰 변화 없이 유지했다.

소비자들이 “올릴 때만 발 빠르게 한꺼번에 올린다”고 불만을 터뜨리는 이유다.

대형마트 3사의 이날 인상도 논란거리다. 꼭 같은 날 가격인상을 해야 되는가에 대해선 명확한 답변을 내 놓지 못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눈치’를 보다가 경쟁사가 가격을 올리니 따라서 같은 시점에 닭고기 값을 조정한 사실을 시인했다.

한 마트 관계자는 “공개적으로 3사가 가격을 논의하는 일은 없지만 경쟁사에 물건을 공급하는 업체 등으로부터 사전에 경쟁사의 가격 조정 정보를 얻고 그에 비슷하게 대응하는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의 불만과는 별개로 이런 마트 3사의 같은 날 가격 인상행위가 ‘담합’에 해당하는지도 따져볼 문제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특정 사안에 대해선 구체적 조사 이전에 담합 여부를 말할 수 없다”면서도 “담합 여부를 판단할 때는 ‘공동행위 여부’와 ‘공동행위로 시장 경쟁이 제한됐는지’를 함께 보는데 이와 유사해 확인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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