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본부 둔 은행 지주회사로 설립하는 방안 보다
지역자본 모아 비은행권 지주회사 참여방안 현실화
지역인재 장학사업·중소기업 재투자 용이해 설득력

(동양일보 경철수 기자)속보=충북지역 경제계가 지방은행 설립을 대선공약의제로 제안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가운데 그 방법론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13일자 1면

13일 미래도시연구원 금융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앞서 7차례에 걸쳐 열린 지역경제인 금융개혁회의에서 지역금융산업발전을 위해선 지방은행 설립이 시급하다는 데 의견일치를 봤다.

이에 따라 2012년 19대 4.11총선을 앞두고 지방은행 설립이 대선공약 의제로 다뤄질 당시 제기됐던 지방은행 설립 방안이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당시 지방은행 설립 방안으론 크게 3가지 안이 도출됐었다. 1안은 충북을 연고로 한 은행의 지역본부를 지주회사로 설립하는 방식이다. 2안은 순수 지역자본을 모아 지방은행을 신규로 설립하는 방안이다. 3안은 우량한 상호저축은행을 지방은행으로 키우는 것이다.

이 중 지역자금의 역외유출방지와 중소기업의 대출 활성화 측면에서 2안이 가장 많은 장점을 갖고 있지만 부실화 가능성도 그만큼 크다는 단점이 동시에 지적됐다.

일각에선 지역세가 약하다고 해서 작은 규모의 지방은행이 무조건 부실가능성이 있다고 하는 것은 편협한 사고란 지적도 있다.

하지만 지방은행의 안정적 출발을 위해선 지역본부를 두고 있는 은행을 지주회사로 비은행권인 새마을금고와 신용협동조합 등이 다함께 참여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례로 IMF 직후인 1998년 충북은행을 조흥은행이 인수했고, 조흥은행은 신한은행에 병합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당시 충북은행이 운영하던 지역 장학기금은 그대로 신한은행이 이어 받아 해마다 지급하고 있다.

장학기금(28억5000만원)은 연말 고교·대학생 60여명에게 총 5860만원의 장학기금으로 전달되고, 체육특기생과 특수학교, 학술지원, 사회복지사업 등 다양한 지역사회공헌사업으로 쓰이고 있다.

이 장학기금은 지역은행이 퇴출되면서 청주상공회의소가 인계받아 장학사업을 펼치려 했지만 신한은행이 거부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는 후문이다.

따라서 신한은행처럼 지역본부를 두고 있는 은행을 지주회사로 하는 지방은행 설립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신한은행은 재일교포가 20%의 지분권 행사를 하는 일본계 은행이란 얘기가 롯데그룹의 경영권분쟁 과정에서 흘러나와 지역정서가 이를 허락할 지가 문제다.

이에 지역경제계에선 순수 지역자본을 모아 비은행권(새마을금고, 신용협동조합 등)을 지주회사로 참여시키는 지방은행 설립방안(2+3안)이 가장 현실적이란 의견을 내 놓고 있다.

이 길만이 최근 지방은행들이 돈과 사람이 몰리는 수도권으로 영업을 확장하는 상황에서 신설될 충북지방은행이 설립취지에 맞게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방편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들어 서울·수도권으로 소형점포를 두고 영업망을 확대하는 광주은행, 경남은행, 대구은행, 부산은행, 전북은행 등 5개 지방은행의 점포수는 70여개에 이른다.

광주은행은 2014년 4곳이던 서울·경기·인천 지역 점포를 지난해 30여개까지 늘렸다. 전체 점포 5개 중 1개는 수도권에 위치한 셈이다.

이는 갈수록 비대면 거래 고객이 늘면서 지방은행들이 대형점포를 줄이고 서울·수도권에 소형점포를 내고 영업망을 돈이 몰리는 서울·수도권 지역으로 확대하는 본보기가 되고 있다.

이 같은 세태에 발맞춰 충북도도 더 늦기 전에 지방은행 설립을 통한 지역금융산업발전을 꾀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역자금의 역외유출을 막고 지방인재 양성사업이나 중소기업 재투자를 하는 데 지방은행 설립·운영만큼 좋은 방안은 없다”며 “비은행권이 은행들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호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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