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먹서먹하지만 결코 피하고 싶지 않은 자리에서 치맥을 하는데, 앞에 물끄러미 바라보이는 입술 붉은 여인네의 눈길을 피해 얼결에 가장자리로 밀쳐지는 가슴살을 집어 들고 모르게 포크로 찢어 드는 순간, 어라! 이것 봐라, 내 유년의 문턱을 넘던 바람이 이제 결처럼 찢어지는 가슴팍 살에 맺혀 있었구나! 어쩌면 이렇게 가는 결로 가슴에 가슴에 세월을 묻어두었는지 더 이상 진화할 것이 없는 날짐승으로 낮은 땅에 내려와, 이 상냥하고 생뚱맞은 날에 기쁨을 주는지, 앞에 앉은 붉은 입술의 오물거리는 속삭임보다, 하얀 가슴골 출렁임보다, 가슴에 맺힌 그 언어의 때깔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새삼 일부러 날지 않은 짐승의 사려 깊은 팍팍한 성깔을 보네

 

*치킨과 맥주를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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