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오늘은 ‘운명의 날’이다.

헌정 사상 두 번째로 대통령 탄핵에 대한 ‘인용’과 ‘기각’이란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헌법재판소가 선고하게 된다.

2004년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총선을 앞두고 한 선거법 위반 발언이 탄핵의 발단이 됐고, 이번에 탄핵의 심판대에 선 박근혜 대통령은 비선 실세로 일컬어지는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발단이 돼 심판대에 섰다. 그런 까닭에 헌정 사상 두번째로 진행되는 탄핵심판에 대한 국민들의 감정은 그 결이 다르다 할 수 있다.

노 전 대통령 탄핵 때는 기각을 원하는 여론이 많았었다. 그래서 당시 청와대에서는 기각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아래 대통령의 업무 복귀에 대비한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탄핵 사유부터 ‘질적인 차이’를 나타내고 있는데다가 국민적 여론의 75% 정도가 압도적으로 탄핵 인용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라 할 수 있는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탄핵해야 한다는 의견이 60%, 기각해야 한다는 의견이 28%로 나타났다.

이처럼 전국민적인 여론이 탄핵 인용으로 기운 것은 그동안 특검 수사에서 나타난 혐의 사실들이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을 의심하게 만드는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상은 보수층으로 불리는 이들이 ‘새로운 자각’을 했기 때문이다.

이는 더 이상 ‘안보’나 ‘종북’ 프레임으로 보수층을 묶을 수 없게 됐다는 것을 뜻한다.

‘레드 컴플렉스’를 이용한 콘크리트 보수층 결집이 와해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서 혹자는 “박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통해 보수층을 완전히 궤멸시켰다”고 평하기도 한다.

오늘 운명의 주사위는 던져진다. 그 운명에 순응할 것인지, 역행할 것인지는 ‘촛불’과 ‘탄기국’의 행보를 보면 있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우리나라가 법치주의 국가임을, 민주공화국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최고 상위 법 기관인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무시하게 된다면 우리는 법치국가임을 포기하겠다는 셈이기 때문이다.

탄핵 재판이 진행되면서 우리는 ‘국론 분열’을 겪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탄핵 인용을 원하는 75%의 국민들과, 탄핵 기각을 외치는 15% ‘박사모’ 세력들의 날선 선동이 있었다. 법을 지키겠다며 독배를 든 소크라테스의 행위를 두고 옳고 그름으로 나눌 수는 없다.

‘법 만능주의’에 함몰돼 국민들은 무조건 법에 따라야 한다는 것 또한 옳은 것은 아니다. ‘악법도 법’이라고 국민적 의무를 강요 당하기 이전에 악법(惡法)을 양법(良法)으로 고치려 노력하는 시민적 저항정신을 길러야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이 민주주의 국가임을 견고하게 다지는 하나의 ‘성장통’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미증유의 이번 사태를 겪으며 너무나 많은 혼란과 혼돈을 체험해야만 했다. 미답(未踏)의 길을 간다는 것은 험난함을 감수해야만 한다. 우리가 그것을 경험하고 있다. 나와 너의 다름을 인정하는 ‘배려’ 속에 다시금 우리는 새로운 민주주의 국가,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해 고단하지만 힘있는 걸음을 옮겨야 한다.

그 첫 걸음은 마땅히 ‘국민적 화합’을 함의(含意)한 행보여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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