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창완 연세대 교수 ‘진보 회사법 시론’ 발간

(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5000여명의 피해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사건’.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이 사건은 과연 왜 벌어졌을까.

청주 출신 손창완(44·사법연수원 29기) 연세대 교수는 최근 발간한 ‘진보 회사법 시론’에서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책은 서론부터 결론까지 모두 8장으로 구성돼 있다. 책의 전반부는 회사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회사법의 역사적 변천을 고찰한다. 이와 함께 미국의 회사법 역사도 서술했다. 책의 후반부는 주주지상주의의 문제점과 그 대안을 제시하며 한국 사회에 맞는 제도를 제안한다.

그는 문제의 원인을 회사의 지배 구조에서 찾는다. ‘주주지상주의(shareholder sovereignty)’하에서는 사회의 이익보다 주주의 이익이 우선된다는 것이다. 주주지상주의가 떠오르면서 대기업의 무책임성과 비윤리성이 큰 문제로 대두됐다. 대주주가 회사를 통제하며 비윤리적이고 무책임한 경영을 부추긴다는 사회적 비판이 있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도 마찬가지다. 유명 대기업들은 유해성 물질인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살균제를 판매했다. 이들의 무분별한 이윤추구가 통제되지 못하면서 사회에 엄청난 피해를 가져온 이 사건이 발생하게 됐다.

책은 회사가 주주의 이익만을 고려하면 공공 이익과의 충돌도 신경 쓰지 않게 되고 충돌할 때 발생하는 비용을 사회에 전가, 기업이 범죄의 도구로 전락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그러면서 국가와 사회에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는 이러한 경영을 막기 위해서는 비정상적이고 위험한 지배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손 교수는 그 대안으로 ‘이해관계자 지배구조’를 들었다. 회사의 부를 창출하는 능력을 증진시키며 동시에 공정한 분배와 회사의 행동변화를 이끌어내는 새로운 대안이다.

이 책에서 손 교수는 회사법의 역사를 살펴보며 경제·법 이론을 분석하고 현재의 회사법을 분석한다. 그리고 대안으로 제시한 ‘이해관계자 지배구조’를 자세히 설명한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의 회사법은 과연 어떠한 모습이어야 하는지 그리고 있다.

그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회사가 ‘주주의 소유물’이라는 통념 깨기를 시도한다. 이로써 주주뿐만 아니라 채권자, 노동자 등 회사와 관련된 모든 이해관계자가 동등한 보호를 받아야 함을 강조한다.

또 조기 대선이 현실화 된 현 상황에서 진정한 ‘경제 민주화’의 의미를 독자들에게 심어주고자 명확한 개념정립에 나선다. 영미권의 이해관계자 조항,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규정, 독일의 공동결정제도 등을 살펴보고 국내 실정에 맞는 이해관계자 보호 및 이사회 구성, 근로자 경영참가 규정을 제안하기도 한다.

손 교수는 법학자이자 변호사로서 연세대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7년 39회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후 연세대 경제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뉴욕대 법학대학원에서 법학 석사(회사법 전공) 학위를 취득했다.

한울엠플러스(주), 560쪽, 4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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