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세번째 영장 청구 전직 대통령 ‘불명예’
뇌물수수 등 13가지 혐의…31일 새벽 구속 결정될 듯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 영장을 청구한 27일 서울 삼성동 박 전 대통령의 자택에 경찰들이 경비 강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동양일보 지영수 기자) 뇌물수수·직권남용 등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27일 오전 박 전 대통령에게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21일 박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에 나와 조사를 받고 나서 6일 만에 구속영장이 청구된 셈이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은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에 이어 검찰의 구속영장이 청구된 대통령으로 헌정사에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남기게 됐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30일 강부영 영장 전담 판사 심리로 열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31일 새벽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영장이 발부될 경우 곧바로 수감된다.

검찰은 이날 기자들에게 배포한 ‘자료’에서 “그동안의 다수의 증거가 수집됐지만 피의자가 대부분의 범죄 혐의에 대해 부인하는 등 향후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상존한다”며 “공범인 최순실과 지시를 이행한 관련 공직자들뿐만 아니라 뇌물 공여자(이재용 부회장)까지 구속된 점에 비추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반한다”고 밝혔다.

이어 “위와 같은 사유와 제반 정황을 종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이 법과 원칙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이 받는 혐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명이 13가지에 달한다.

지난해 10∼11월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한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박 전 대통령을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강요 등을 공모한 피의자라고 보고, 8가지 혐의 사실을 공소장에 적시했다.

수사를 이어받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수수, 직권남용 등을 적용해 5개 혐의를 추가했다.

뇌물수수는 박 전 대통령이 받는 혐의 중 핵심적 사안이다. 검찰과 특검 수사를 거치면서 박 전 대통령이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와 공모해 삼성그룹으부터 직접 혹은 미르·K스포츠재단을 통해 받았거나 받기로 약속한 것으로 의심되는 돈은 총 433억원이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롯데와 SK그룹 관련 뇌물 의혹 수사에 새로 나서 박 전 대통령이 받는 혐의가 일부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다만 검찰은 아직 롯데와 SK 관계자를 피의자로 입건한 적이 없다면서 관련 의혹을 여전히 수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은 앞선 검찰 조사에서 최순실씨와 공모한 적이 없다면서 자신에게 제기된 모든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혐의가 법정형 10년 이상인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을 포함해 역대 전직 ‘피의자 대통령’ 가운데 가장 많은 13개에 달해 사안이 매우 중대해 유죄가 인정될 경우 중형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최순실씨·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정호성 전 부속비서관·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공범 혐의를 받는 피의자들이 이미 무더기로 구속돼 재판을 받는 점도 고려됐다.

이 밖에도 박 전 대통령이 전혀 개입하지 않아 모르는 일이라거나, 일부 의혹 사항에 관여한 사실이 있더라도 대통령으로서 정상적인 국정 운영의 일환이었을 뿐 최씨 사익 챙기기를 도울 의도가 없었다고 강조하는 등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도 ‘증거 인멸 우려’로 영장 청구의 사유가 됐다.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을 둘러싼 각종 혐의를 전면 부인해 온 만큼 영장심사에서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1일 오전 검찰에 출석해 조서 열람까지 전체 21시간 넘게 이어진 조사에서 자신에게 적용된 13가지 협의를 일관되게 부인했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