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

나는 야 육두품 시인.

혼자서 낙엽에 써두었던

좀처럼 흘러가지 않는 글귀들 모아

아무도 읽지 않는 전집을 엮네.

 

남들이 읽어주지 않는다면

그 글씨는 있으나마나!

바람더러 읽으라고 허공에 쓰네.

물결더러 읽으라고 모래톱에 쓰네.

 

남들이 읽어주지 않는다 해도

시는 이 생이 준 고마운 선물.

세월의 갑골에 뼈로 아로새기는

시인은 이 생이 준 가시면류관.

 

마음 속에 뒹구는 낙엽들 모아

나무 뿌리나 읽을 시를 쓰네.

달과 별과 구름의 전집을 엮는

나는 야 육두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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