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철호

늙은 아내는 정물이다

옛날 기억 속 노랑나비 꿈으로 나풀대지만

화려한 테를 두른 액자 속 고요한 풍경

 

오랜 세월 고여 있는 어느 한 컷의 무심천

그러나 강물은 굽이쳐 흐르며 오늘을 뚫고 나간다

나는 늘 두 풍경 가운데 서 있다

 

길은 아득히 멀지만

내 가야 할 곳 가까이 이르렀음에 발걸음을 늦추며

새삼스레 사방을 본다

온갖 시달림의 지나온 길에도 지등紙燈을 밝히듯

무심한 자식들의 안부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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