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숙
가만히 내 이마를 짚고
흘러내린 머리카락 쓸어올리는 손
따뜻하다
이마 위 얹혀진 사소한 체온에 응답하는
온몸의 공명
단단히 결었던 마음장이 순간 결을 풀고
무슨 말인가 입술 끝 달싹이다 그대로 매달려
귓불 안쪽으로 들어서며 붉게 익는다
고개만 가끔 주억거리며
비릿한 마음 한 두레박 깊숙이 퍼 올린 건 나였는데
바람 없던 하늘은 일순, 몸을 휘말아
캄캄한 우물 속으로 곤두박질치고
땅 밑, 생각의 밑동으론 근심결 일렁인다
어지럽다
슬며시 스며드는 뜨거움에 속눈썹 떨리고
손톱 끝 까맣게 타며 아득히 발 밑 땅은 꺼지는데
현기증 이는 안에선
툭,
줄 하나가 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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