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영(논설위원/유원대 교수)

 

(동양일보) 2007년 경관법이 제정되면서, 지역의 경관을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 경관협정 제도가 도입되었다. 경관협정은 주민들이 자발적이며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지역의 경관을 보전하고 관리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경관협정은 지역의 경관을 아름답게 가꾸어 가기 위해 주민이 스스로 지역의 경관관리를 위한 활동이나 약속이 주요 내용이 되며, 개발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되기도 한다.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 광역지자체는 17곳 모두 경관조례를 제정하였고, 기초지자체는 226곳 중 146곳에서 경관조례를 제정하고 있다. 이 경관조례에 입각하여 2008년부터 서울시, 부산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 경관협정 체결을 위한 활동들을 시작하였다. 2009년 6월 고양시에서 최초로 경관협정이 인가된 이후, 광역지자체 12개소, 기초지자체 16개소에서 경관협정을 체결하였다.

경관협정의 대상지는 특정 지역, 가로, 개별 건축물, 거점공간이었다. 농산어촌마을, 저층주거지, 전통시장 및 학교 밀집지 등 특정지역을 대상으로 한 경관협정 사례가 12건, 상업가로 및 진입로를 대상으로한 가로경관협정 사례는 7건, 아파트 상가, 쌈지공원, 관광거점, 조망점, 굴다리, 아파트형 공장 등 개별 건축물이나 거점공간을 대상으로 한 사례는 9건이 나타났다.

경관협정의 내용중, 주차라인 준수, 보행로 내 주차 금지, 가로변에 적치 금지 등은 경관협정 체결 이후 즉시 스스로 지켜나갈 수 있는 내용이다. 또한 건축물 또는 시설물을 조성할 때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 사업을 통해 시행할 수 있는 협정내용으로는, 대형주차장 설치 시 주민과의 합의, 주차장 바닥재질, 진출입구 설치, 공개공지 바닥 마감 및 재료, 입구 단차 제거 등으로 시설 설치 가이드라인의 성격을 가진다. 또한 도로변 주차구획 시 보행자를 위해 1m 후퇴, 담장허물기 사업, 녹색주차사업과 연계한 주차장 확보, 위험한 골목에 가로등과 CCTV 설치 등 공공사업 내용도 있었다.

그러나 주민 주도적인 경관관리에 대한 높은 기대에 비해, 지난 10년간 주민 스스로 경관협정을 체결하는 사례는 적은 편이다. 그리고 대부분 정부 및 지자체의 지원사업에 의한 협정 체결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경관협정 시범사업이나 지원사업이 완료된 이후에 지속적으로 관리되는 경우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제도 도입의 필요성에 비해서 경관협정이 활성화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역주민들이 경관협정에 대한 인식이나 경험이 부족하여 협정 체결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도 하다. 협정체결 준비를 위한 주민조직의 어려움, 경관협정 준비과정에서의 주민 갈등, 주민 스스로 경관협정서 작성 어려움, 경관협정 인가를 위한 행정 절차의 번거로움, 경관협정운영위원회 활동비 마련의 어려움, 경관협정에 대한 시범사업이나 지원사업 이후 지자체의 관리 미흡 등 여러 가지 애로점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들의 인식이 변화하면서 지속적으로 운영하고자 하는 사례도 점차 생기고 있어 경관협정 제도의 정착 가능성도 발견할 수 있었다. 주민들은 지원사업을 통해 경관협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스스로 경관을 관리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경관관리를 위해 노력하고 지역을 활성화시키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러한 주민 참여에 의한 도시관리 방식은 경관협정 제도 뿐 아니라 도시재생사업,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 마을만들기사업 등 현재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부의 공공사업에서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경관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에 높아져가고, 경관을 관리하고자 하는 주민들의 의지가 커져가고 있어 경관협정이 보다 활성화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현재 정부나 지자체에서 사업비만을 지원하는 방식을 벗어나 자문위원이나 모니터링단을 구성하여 전문가를 지원하고 있다. 경관협정사업으로 추진할 시에는 관련 용역을 통해 지역주민들의 협정 준비 및 체결을 지원한다. 이러한 체계는 경관협정 준비부터 운영 단계까지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컨설팅할 수 있는 전문가 지원 체계와 주민역량 강화로 발전되어야 한다. 경관협정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중앙부처와 지자체가 세밀한 중장기적 계획을 수립하고 역할 분담을 통해 경관협정지원사업을 다각화하고 활성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획기적으로 많은 지역에서 경관협정이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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