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앞두고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두려움·설렘 담아
맛깔 나는 화법에 풍자 더해 읽는 재미 쏠쏠

시조시인인 김선호 증평부군수

(동양일보 김재옥 기자)아기에게 서는 법을 가르칠 때, 붙들었던 손을 떼면서 어른이 내는 소리 ‘섬마섬마’. 시조시인인 김선호(60·사진) 증평부군수는 오는 6월말 35년간 몸담았던 공직에서 퇴임하며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두려움과 설렘을 시조집 ‘섬마섬마’에 담았다.

시조집은 1부 ‘새록새록 돋는 별’, 2부 ‘그냥 한술 뜨게 할 걸’, 3부 ‘착 달라붙어 단물 빼는’, 4부 ‘하르르 나비 떼 띄워’ 등 4부로 79편의 시조와 1편의 시작노트로 구성됐다.

현대시조의 생명인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김 시인의 시조 중 특히 사회풍자적인 작품이 눈길을 끈다.

‘육삼빌딩 쳐다보면 층수만큼 돈 낸데서//옆 건물로 발길 돌려 살그머니 엿보다가//참말로 엿을 보았네, 착 달라붙어 단물 빠는//악수해서 부은 손목 돌아치다 삐끗한 발목//마사지 테라피로 씻은 듯이 나았다는데//목뼈는 도로 굳어져 엿처럼 뻣뻣하데’

대한민국 정치를 풍자한 ‘촌놈, 서울 엿보다’ 전문이다. 국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선거철에만 반짝 악수 나누고서 당선 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는 정치인들을 풍자했다.

김 시인은 “정도의 차이일 뿐 정치판은 늘 뻔뻔하다. 정월 초하루 같던 후보자도 당선자가 되는 순간 돌변하는 현태는 너무나도 보편적이고 자연스러워졌다. 그런 대한민국 정치판을 풍자한 시조가 ‘촌놈, 서울 엿보다’이다”고 설명했다.

권갑하 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회장은 서평을 통해 “김선호 시인의 시조는 쉽게 읽히면서도 탁월한 시적 메타포로 울림이 크다”며 “특히 이번

시조집에서는 생활 속의 소재들로 맛깔 나는 화법에 풍자까지 더해져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남다른 상상력과 긴장미 넘치는 율격 구사도 돋보인다”고 평했다.

김선호 시인은 “‘공생시대’ 출간 후 9여년 만에 내놓은 ‘섬마섬마’는 35년간의 공직생활의 종지부를 찍으며 내놓는 인생의 쉼표 같은 시집”이라면서 “앞으로는 오롯이 문학인으로 공부하고 글 쓰며 지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1958년 충북 충주 출생으로 199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시조집 ‘창공에 걸린 춤사위’와 ‘공생시대’가 있으며 나래시조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문인협회·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과 충북시조·나래시조·행우문학회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 ‘섬마섬마’ 출판기념회는 오는 16일 오후 4시 증평군립도서관에서 열리며, 이날 김 시인은 그간 틈틈이 익힌 판소리 흥부가를 선보인다.

알토란북스, 122쪽, 1만원.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