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담양, 27일간 여수~서울 680km 여정 담은 ‘양화진 순례길’ 발간

(동양일보 김미나 기자)한국과 한국인을 사랑했던 이방인 순교자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며 여수 애양원에서 서울 양화진까지 27일 동안 680km의 순례여정을 기록한 작가 담양의 ‘양화진 순례길’이 발간돼 눈길을 끌고 있다.

필자는 예수의 12제자 중 최초로 순교한 야고보의 유해가 안치돼 세계 많은 천주교인들이 방문하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보며 우리나라에도 그런 걷는 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이 책을 기획했다.

그는 “19세기 말에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등 개신교 선교사들이 조선에 그리스도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찾아왔다”며 “이 땅의 백생들을 위해 목숨 바쳐 헌신적으로 살다간 그들의 무덤을 찾아 걷고 명상하고 추모하는 여정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 책은 필자가 여수를 출발해 전주, 공주, 서울까지 걸으며 곳곳에 묻혀 있는 개신교 선교사들의 무덤을 찾고 그들의 업적과 희생을 재조명했다는 점에서 특별한 감동을 선사한다.

특히 광주에서 한센병 환자들을 위해 한 평생을 바친 포사이드(미국, 1873~1918), 일제 강점기 제암리 학살 현장을 해외에 알린 스코필드(영국, 1889~1970) 등 잊고 지냈거나 알지 못했던 수많은 선교사들의 일생을 담으며 기독교인을 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쉐핑 선교사가 세상을 떠나면서 남긴 건 담요 반장, 동전 7전, 강냉이 가루 2홉뿐이었다 한다. 한 장 남았던 담요도 이미 반으로 찢어 다리 밑 거지들과 나눠 사용했고 그녀의 시신도 유언에 의학연구용으로 기증되었다니 그녀는 한국인을 위해 모든 것을 다 주고 이 세상을 떠난 셈이다’

김승환 충북대 교수는 “이 대목을 읽고 감동을 받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며 “그것은 이 선교사가 특별한 인연도 없는 한국에 왔다가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면서 남긴 숭고한 흔적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 책은 그날의 날씨, 여행지에서 먹는 음식,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도 자세히 그리고 있어 순례기로만 보기에는 모든 내용이 부드럽고 경쾌하다.

또 올해 65세인 필자가 4~5kg의 배낭을 메고 하루종일 걸으며 체력에 한계를 느꼈던 과정에 대해 여과 없이 그리고 있어 독자들에게 소소한 재미를 안겨준다.

‘순례 3일 만에 어깨와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버스 승강장 의자에 누워 보기도 한다’, ‘발목과 무릎 통증 때문에 걷기가 힘들다’ 등의 고백은 필자의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며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순례 여정이 쉽고 정감 있게 느껴진다.

손봉호 전 서울대 교수는 추천사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이런 종류의 책은 처음이 아닌가 한다”며 “근 한달을 걷는다는 것, 그것도 1700리를 혼자서 걷는다는 발상부터 범상치 않은데 그저 걷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활동한 외국 선교사들의 행적을 더듬어 보면서 걷는 것은 그 자체로 창의적이다”고 전했다.

필자 담양은 사실 자연과학을 전공한 오기완 충북대학교 약학과 교수다. 깊을 담(潭) 빛 양(陽)이란 한자어를 이번 책의 필명으로 사용한 이유

는 ‘빛을 가득히 담다’라는 의미를 더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청주에서 태어나 충북대 약학과에 입학해 학창시절 한국대학생선교회(CCC)에서 활동했으며 현재 충북대 부총장이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청주지부에서 실행위원장으로 청주상당교회에서 집사로 봉사하며 학교에서 CCC지도교수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그는 “언제부터인가 기독교 복음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며 “우리에게 그리스도의 참사랑과 구원의 도를 전해 주고 물려준 복음의 증인들을 찾아나선 이 순례기를 통해 그 메시지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쿰란출판사 327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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