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태풍이 온다는 해거름
두 집의 귀를 당겨
둥근 집을 짓는 거미
어떻게 저 거리를 엮어 놓았나
깜깜한 뱃속에는
해산하지 못한 책임이 있으리라
하여 무너질 줄 알면서도
줄을 매며 배부름을 꿈꾸리라
배를 곯아본 삶은
내일을 오늘 걱정하지 않는다
가난한 살림의 두 귀퉁이가
허공의 점으로 기울어져 있다
△ 시집 ‘꽃따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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