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 찾아 헤매다 39세에 출가… 지난해 청주에 한의원 개원청주에 비영리법인 불교대학 세워 부처님 말씀 전하고파

(동양일보 김재옥 기자)한의사 스님이 운영하는 특별한 한방병원이 청주에 문을 열었다.

지난해 10월 25일 개원한 경희보리수한방병원(청주시 서원구 사직대로 140 현대코아 1층·☏043-264-5577).

병원 외관은 여느 한의원과 다름없지만 대표원장인 불몽스님(속명 최재승·50)의 진료실에 들어서면 병원이 색다르게 다가온다. 불상과 법문이 적힌 병풍, 하루 종일 불경소리가 흐르는 이 진료실에 있는 불몽스님도 의사 가운을 걸치긴 했지만 우리가 절에서 만나는 스님 그대로의 모습이다.

“청주고 재학 중 불교 동아리 활동을 했는데 지도 법사님이 학교 영어선생님이셨어요. 지도 법사의 설법을 들으면서 직업이 있으면서 불교 공부를 해 나중에 법사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의사의 꿈이 있었고, 어린 마음에 한의학을 하면 자연스럽게 한문을 익히게 되니 불교 공부에도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에 한의대에 진학한 것이 한의사 스님의 시작이었습니다.”

손에 꼽힐 정도로 학업 성적이 우수해 원하는 경희대 한의대에 진학했지만 그는 늘 삶과 진리에 대한 궁금증과 갈증에 시달렸다. 한의학을 공부하면서도 진리를 찾기 위해 불교 동아리 활동을 하고 다양한 책을 섭렵했다. 전국의 법회를 다니며 진리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한의사로서의 안정적인 삶도, 가정의 따뜻한 품도 값지게 느껴지지 않았다.

삶과 진리에 대한 궁금증은 몸과 마음을 복잡하게 만들었고 급기야 병까지 얻게 했다. 욕구불만으로 화병과 급성당뇨를 앓게 되면서 30대 초반 병원을 접고 충주건국대병원 당뇨전문병원에서 6개월간 요양해야 할 정도였다. 키가 170cm인 불몽스님의 당시 몸무게는 43kg일 정도로 쇠약해졌다. 가족들에게 망가져서 초라해진 모습을 보이기 싫었던 스님은 경기도 안양에 있는 한마음선원으로 옮겨 다시 수개월 공부를 하며 요양했지만 병은 호전되지 않았다. 그 후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에 작은 한의원을 열고 기 치료를 받으며 3년 정도 지냈다.

몸이 조금씩 회복되자 스님은 진리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섰다. 청주시 모충동에 한의원을 열고 주말은 물론 시간이 날 때마다 서울로 공부하러 다녔다. 3여 년 동안 법회를 다니며 진리를 찾기 위해 떠돌았지만 헛수고였다.

그러다 우연히 혜안이라는 인터넷 카페에서 강원도 도각사 이각 큰스님에 대해 알게 되고 무작정 큰스님을 뵈러 절에 갔다. 마침 큰스님은 원각경 법회를 하고 계셨고 그 법회에서 큰 깨달음을 얻었다.

그 후 불몽스님은 그동안 진리를 찾기 위해 읽었던 정신세계에 대한 책들을 모두 버렸다. 벽을 가득 메웠던 수많은 책을 정리한다고 하니 지인들은 책을 팔면 좋겠다고 했지만 스님은 그럴 수 없었다. 나에게 독이 됐던 책을 다른 사람들이 보게 하는 것 자체가 죄를 짓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는 스스로 머리를 깎았다. 시간이 날 때마다 법회에 참석했고 오직 불교 관련 서적만 읽었다.

급기야 39세에 도각사 회주 이각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당시 원주에 있던 도각사는 경북 상주로 옮기게 되고 스님도 그곳에서 본격적인 수양생활을 시작했다.

평생 진리를 찾아 헤매던 스님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지만 그 순간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신부전증으로 투석을 하게 돼 스스로 절에서 나와야만 했다. 불가의 법규상 몸이 아픈 스님은 남들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더 이상 절에 머무를 수 없다. 지금은 속가의 친형에게 이식을 받아 건강을 되찾고 진료하며 부처님 말씀을 전할 수 있게 됐지만 스님에게는 가장 힘든 시간으로 기억된다.

스님의 꿈은 청주에 비영리법인 불교대학을 세우는 것이다. 출가 후 고향에 한의원을 개원한 것도, 불교대학 세우는 것을 꿈꾸는 것도 모두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서다.

“병원을 운영하는 이유는 많은 분들에게 자기 자신의 위대함을 설명하고 육신의 고통에서 벗어나 정신적인 자유를 되찾아 드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 방법은 오직 불법을 통해서만 찾을 수 있고요. 제 인연이 허락될 때까지 많은 분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습니다.”

불몽스님은 1967년 청주출생으로 청주고와 경희대 한의대를 졸업했다. 경북 상주에 있는 도각사 홍보부장과 (사)보리수 감사를 지냈다. 청주 오스킨한의원·광주광천요양병원·화순 화순랜드요양병원 원장으로 일했다.

▶글·사진 김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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