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의행 시인

어설프게 덤비는 게 아니었다
농사 중에 가장 쉬운 게
고구마 농사라고 하여
이장님의 자문을 받아
그럴듯하게 꾸며놓은 밭은
바라만 봐도 흐뭇했다

주말 아침이면 흥얼거리며
밭으로 달려가면서도
나눠먹을 친구도 생각하고
어릴 적 뒷방에 발을 쳐놓고
새 봄까지 깎아먹고 구워먹던 추억에
고소한 향수까지 느꼈는데

초보농부를 알아보는 지
느닷없는 멧돼지 습격으로
밭은 초토화 되었다
농사는 하늘이 도와야 된다고 했는데
이젠 산짐승까지 도와줘야
싸값이라도 건지지

세상에 만만한 것은 하나도 없다

△ 시집 ‘달래강 설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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