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진 시인

세상은
어둡고 질퍽이는 것
진흙탕 인연 속에 사는 거다

부모라는 인연으로
양수 속 깊은 곳에서 태어나
머리를 내밀며 하늘 꿈을 꾼다

수많은 바람
먹고 마시는 여정 길에서
연 잎 위에 도르르 굴러 내리며
속세의 빛을 품는다

기린 목을 높이 세워
흰 빛 붉은 향을 흔들며
나그네들 쉬어 가라 미소 띠운다

생의 한 복판에
냄새나는 가슴을 활짝 펴 놓고
눈물 엉글엉글 걸쳐놓은 살결에
평안과 사랑 그리고 자비가 태어났다

△‘해정문학회’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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