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기황 시인

우암의 산허리 서성대던 먹장구름이
마침내 내려와 몸을 푸는 강
강江이라 불리는 것도 욕심인 듯하여
내川로서 흘러 그만인 무욕의 몸짓

해오라기 한 마리,
에둘러 길 일러주는
여기가 거긴가 서원경 옛터
동서를 가로질러 남북으로 흐르다
세월이 하자는 대로 서쪽으로 휘어진 물길
변해도 변치 않는 것이 고향이어서
언제고 돌아갈 수 있는 내 사금파리의 유년
가진 게 없어 세상살이 갑갑해질 때
모서리 진 삶의 부피가 버겁게 느껴질 때
언제고 머물 수 있는 내 사유의 냇가

오늘, 물 갈대 비에 젖는
여기, 무심천 변
생의 등짐을 적시며
흐린 세상 건너고 있다.

△시집 ‘남은 눈물을 위하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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