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 (한국건강관리협회 충북·세종지부 가정의학전문의)

 

(정진명 한국건강관리협회 충북·세종지부 가정의학전문의) 비(鼻)출혈은 ‘코피’라 불리는 증상으로, 대다수의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한 번씩 겪는 일이다. 코는 외부의 공기가 폐로 들어가는 인체의 첫 관문으로 하루에도 많은 양의 공기가 코 점막을 통과하게 된다. 이때 인체 바깥의 공기는 호흡기 내부 공기보다 상대적으로 차갑고 건조하므로 코점막의 점액양이 부족해질 경우 쉽게 점막이 건조해지고 섬모활동이 감소되어 딱지와 균열이 생기고 작은 혈관들이 노출돼 비출혈을 일으키게 된다. 콧속에서 가장 흔히 출혈이 일어나는 부위는 양쪽 비강 사이에 위치한 비중격 앞쪽에 있는 ‘키셀바하(Kiesselbach)’ 라는 부위다. 이곳은 콧속으로 들어오는 여러 혈관들이 모여서 얼기를 이루며 대개 코끝에서 1~1.5cm 이내에 있다. 어린이의 경우 습관적으로 코를 후비면서 이 부위에 상처를 입혀 반복적으로 코피가 발생할 수 있으며, 노인의 경우에도 상대적으로 점액양이 적어지면서 점막이 쉽게 건조해지므로 비출혈 빈도가 증가하게 된다.
비출혈은 크게 전방 출혈과 후방 출혈로 나뉘는데 90% 이상은 코의 앞부분 혈관이 노출되어 생기는 전방 출혈이다. 전방 출혈은 건조한 날씨와 비염, 비중격 만곡(코사이막이휘는 것)등과 습관적으로 코를 후비거나 문지르는 행동도 원인이 될 수 있다. 후방 출혈은 동맥경화증이나 고혈압을 앓고 있는 고령 환자에서 더 자주 발생하고, 출혈 부위는 하비갑개(아랫 콧살) 후상부에 있는 우드러프(Woodruff) 혈관 얼기인 경우가 많다. 전방 출혈은 매우 흔하며 발생했을 때 고개를 앞으로 숙여 목뒤로 피가 넘어가지 않게 하고 코 앞쪽 연골 부분을 전체적으로 감싸면서 양쪽 콧볼을 지그시 압박하면 쉽게 지혈할 수 있다. 반면 후방 출혈은 효과적인 압박에도 쉽게 지혈하기 힘든 위치에 있으므로 과다 출혈로 이어지기도 한다.
어떠한 종류의 비출혈이든 자주 반복적으로 발생하거나 양이 많다면 반드시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원인을 찾아야 한다. 이때 많은 경우에 코 앞쪽 점막에서 출혈이 의심되는 부위를 찾을 수 있다. 때로는 이물질로 인한 염증이 발견되기도 하고 비중격 만곡 또는 비중격 천공(코사이막에 생긴 구멍) 같은 해부학적 이상이나 여러 형태의 종양이 발견되기도 한다. 드물게 혈액응고장애나 유전성출혈모세혈관확장증 같은 유전성 질환도 반복적인 비출혈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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