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은정 시인

해질녘 골목길에서
땟국물이 줄줄 흐르는 목에
핏대를 세워
숨이 넘어갈 듯
수박을 사라고 외친다.

하마 다 늦은 해거름에
길게 드러누운 그림자를
꼭이나 게으른 골목으로 깨워 일으킨 절규!

곧 노을이 질지도 모를
여름의 한 자락 끝에서
짐칸의 수박이 간드랑거린다.

웅숭거리는 골목은 모두
말이 없고
높이 차 위에 서있는 사람 등 뒤로
바람 한 줌이 길게
휘감아 돈다.

“씨들씨들! 쌔들쌔들!”

△시집 ‘바람의 결에 바람으로 서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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