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조명희연구회 발족 계획 내년부터 교토대서 추모식

오구라 키조 일본 교토대 교수가 지난 4일 꽃동네 사랑의영성원에서 열린 3차 국제포럼 ‘한·중·일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3일 한국을 방문했다. 오구라 교수는 ‘한·일 조명희 연구회’을 구성해 일본 교토대에서 포석 조명희 선생을 추모하는 행사를 포석 기일인 5월 11일에 맞춰 매년 치를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명기 동양일보 기자) 지난해 8월 처음으로 개막한 1차 국제포럼 ‘한·중·일 회의’ 때부터 참여해 온 오구라 키조(58) 일본 교토대 교수가 지난 4일 꽃동네영성원에서 열린 3차 국제포럼 ‘한·중·일 회의’에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다. 젊은 시절부터 포석 조명희 선생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던 오구라 교수는 이번 방한에서 동양일보와 몇 가지 의미있는 합의를 도출해냈다.

첫 번째 포석 조명희 선생을 기리는 일본 내 인적 네트워크, 가칭 ‘한·일 조명희 연구회’ 발족과, 두 번째 포석 조명희 전집 증보판과 동양일보에 게재됐던 ‘조명희 평전’에 대한 일본어 해석 작업과 일본어판 발간이 그것이다.

이에따라 2018년부터 매년 포석 선생의 서거일인 5월 11일에 맞춰 ‘한·일 조명희 연구회’를 중심으로 일본 명문대인 교토대에서 조명희 선생을 기리는 기념식이 열리게 됐다. 조명희 선생이 일본 동양대학 철학과 유학생활을 접고 조선으로 귀국한 지 94년 만에 일이요, 선생이 러시아에서 스파이라는 누명을 쓰고 총살형을 당한 지 79년 만의 일이다.

오구라 교수는 “그동안 자신이 꿈꿔왔던 포석 선생 관련 여러 사업이 한국과 일본의 유기적인 협조를 통해 원활히 이뤄졌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 ‘한일 조명희 연구회’를 일본에서 발족할 계획이라고?

“아직 구체적인 일정까지 계획된 것은 아니지만 포석의 기일인 5월 11일에 맞춰 포석 기념식 겸 추모식을 일본에서 매년 가질 계획이다. 윤동주 시인을 기리는 추모회가 교토 도시샤(同志社)대학에서 열려 일본인들이 그를 알게 되는 계기가 됐는데 조명희 선생에 대한 사업은 현재 없다. 선생의 작품과 삶에 대해 많이 알릴 수 있는 조직으로 만들 계획이다. 구성원들은 문인과 교수 등은 물론이고, 학생들과 일반 시민들까지 외연을 확장해 나갈 구상이다.”

- 조명희 전집 증보판과 포석 평전에 대한 일본어 번역작업을 맡았다다는데…

“그 일은 내게 기쁨이다. 평소 존경하던 선생의 작품을 우리 일본인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한국어판 증보판 발간 작업이 완료단계에 있고, 거기엔 선생의 작품 1~2편이 새롭게 실린다고 들었다. 빠른 시일 내에 번역작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포석 평전은 김태창 교수(동양포럼 주간)를 통해 입수해 미리 읽어보았다. 증보판과 평전에서 선별한 내용을 묶어 발간할 계획이다.”

- 포석 조명희 선생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언제인가?

“20대 젊은 시절 이와나미 문고에 실려 있던 조선 단편집 중 선생의 ‘낙동강’을 읽었다. 이상, 유진오 등의 작품도 실려 있었는데, 조명희 선생의 ‘낙동강’은 참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 조명희 선생의 작품이 매력적인 까닭은 무엇인가?

“선생의 작품을 대하면서 늘 드는 생각은 ‘복잡하다’는 것이었다. ‘복잡하다’는 말의 의미는 식민지배를 자행했던 일본인으로서 내가 갖는 한국인에 대한 미안함이 감정의 주를 이룬다. 그러나 그것보다 선생의 작품이 빛을 발하는 것은 식민지배하에서 억압된 젊은 지성이 살아가는 삶의 궤적을 오롯이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거기엔 이분법적 흑백논리를 초월해 예술적 가치로서의 다양한 담론들이 담겨 있다. 일본은 무조건 나쁘다라는 명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선생은 가부장제도와 자본주의, 식민주의, 사회의 온갖 억압적 장치에 대해 저항한다. 궁극적으로 자아에게도 저항한다. 생각의 외연을 넓힐 수 있는 선생의 그런 작품들이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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