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구 시인

단풍나무 관절
임성구

아무도 몰랐다, 푸른 뼈에  바람 드는 걸
저 늙은 껍질 속에 불개미 집 한 채가
고대의 굽다리접시로 서 있을 줄은 까마득히

고요에 팔을 뻗어 숨은 별 찾는 바람들
계곡물 회심곡처럼 절기節氣를 돌아 나와
옆구리 울음 한 잎으로
짓이기다가 짓이기다가

폭설로 무너져 내린 아버지 그 말씀
자식들 가슴마다 단풍꽃 필 거란 걸
몰랐다, 복사뼈에 움트는 웃음 한 잎 출렁임을

△시집 ‘앵통하다 봄’ 등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