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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어쩌다 어른
<프리즘> 어쩌다 어른
  • 동양일보
  • 승인 2017.08.20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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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임경자

(동양일보) 아파트로 옮겨 와 지내며 이웃을 모르고 살았다. 이곳으로 이사 오기전 아파트 생활이 내 로망이었는데 그것은 큰 오산임을 알았다.
여간해서 이웃을 만나기가 어렵고 어쩌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도 인사는커녕 벽만 바라보고 있다. 그 모습이 이상하고 너무 서먹하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만나는 사람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무조건 상대에 맞는 인사말로 열심히 인사를 했다. 젊은이들과 어린 아이들은 답례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다. 그렇지만 나이 드신 분들은 반갑게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엘리베이터 안에서 유치원생을 만나 “안녕하세요?” 어린아이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그 아이는 내 얼굴을 힐끗 쳐다보며 “바보”라는 말로 화답을 했다.
“그래 내가 바보다. 손 아래위 분별없이 인사하는 내가 네 눈에는 바보로 보이겠지. 그래도 좋다.” 바보 아줌마의 인사는 오늘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한 공간에서 만나도 어색하기만한 분위기다.
그러던 어느날 앞집에 살던 분들이 이사 간 며칠 후 새 가구가 들어왔다. 알고 보니 신혼살림이라 했다. 이튿날 신혼여행에서 돌아온다는 젊은 신혼부부를 만났다. 반갑다는 말과 덕담으로 축하를 해 주었다. 다정하고 행복하게 보이는 그들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워 보였다.
여간해서 만나지 못한 채 일 년이 훌쩍 지난 어느 날 갓난아기 소리가 간간히 들렸다. 그 소리가 들릴 때마다 괜스레 궁금해지고 보고 싶은 마음에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펴보며 신바람이 났다.
얼마 후 엘리베이터 안에서 우연히 아기를 안고 있는 아기 아빠를 만났다. 오늘이 아가 백일이라는 말을 듣고 백일옷을 선물로 주었다. 아기 엄마는 고맙다며 백일 떡과 맛난 음식도 가지고 왔다.
내가 몇 달씩 외국에 가 있을 때는 우편물을 챙겨주고 급한 일이 있으면 카톡으로 연락을 해 주기도 했다. 그 일로 해서 우리는 서로 고마운 마음을 지닌 돈독한 이웃사촌이 되었다.
아기를 보면 볼수록 무럭무럭 잘 자라는 모습이 기특하고 귀여워 미소가 절로 나온다. 이런 마음 때문에 손자를 둔 조부모들이 손자바보가 되는가 보다.
이웃집 새댁은 지난 6월 중순에 둘째 출산으로 또 경사가 났다. 산후 조리로 조리원에서 2주를 지내고 집으로 온 아기 엄마에게 미역을 사다 주었다. 첫째는 아들이고 둘째는 공주님을 출산했으니 이 보다 더 큰 축복은 없을 것 같다. 열 달 동안 고생하며 새 생명을 탄생시킨 신비롭고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 아기 엄마가 참으로 위대해 보인다. 마치 내 어깨에 날개를 단 것처럼 들뜬 기분에 그가 부럽기까지 하다.
이렇게 이웃집 경사로 내 마음까지 덩달아 활기를 얻을 수 있다니 이것이 바로 행복이라 생각된다.
지난 날 내가 임신했던 시대에는 부끄러운 마음에 불러오는 배를 감추느라 신경을 많이 썼다. 또 먹고 싶은 것도 먹지 못하고 참아내는 입덧의 고통도 지금은 까맣게 잊은 듯하다.
세월은 변하여 저 출산 시대가 되었으니 정부에서는 인구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시기다. 처녀 총각들이 주저하지 말고 결혼을 한다면 힘찬 박수로 축하해 주고 싶은 심정이다.
미혼의 젊은이들이 말하는 5포시대 아니 7포시대라는 말이 회자되는 요즈음이 아닌가. 결혼 기피로 제 2세의 탄생 역시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런 시대에 내 이웃에 예쁜 아가들이 자라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흐뭇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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