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dge Light CEO 김병국

(동양일보) 가을이 기웃거리고 있는 요즘, 아직도 오후의 거리는 따사로운 햇살 때문에 덥다는 말을 절로 하게 한다.
한시라도 빨리 가을의 낙엽을 밟고 싶지만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거리를 걷고 있자면 아직은 조금 더 아이스크림이 맛있는 날씨가 계속되어도 괜찮겠다 싶어진다.
미국에는 다양한 브랜드의 아이스크림이 존재한다. 미주 전역에 유명한 브랜드로는 ‘Cold Stone’, ‘Ben&Jerry’s’, ‘Dreyer’s’ 그리고 국내에도 익숙한 ‘Baskin Robbins’ 등이 있다.
각각의 브랜드 모두 저만의 특징이 있고 취향에 따라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진정 미국 아이스크림을 즐겨보고 싶다면 나는 지역별로 나오는 아이스크림을 먹어보라 권하고 싶다.
마치 우리나라에 지역 특산품이 있듯이 미국에서는 지역 별로 생산, 유통되는 아이스크림 브랜드가 있다. 대표적으로 텍사스 주에 ‘Blue Bell’과 위스콘신 주의 ‘Chocolate Shoppe Ice Cream’을 들 수 있다.
각자의 주를 대표하는 아이스크림이며 시중에서 유통되는 대형 브랜드보다 지역 내 사람들의 입맛을 더 반영한 맛을 가지고 있다. ‘Blue Bell’은 더운 남부 지역 아이스크림답게 버터와 소금 함유량이 높고 ‘Chocolate Shoppe Ice Cream’은 축산업이 발달한 북부의 특징을 살려 우유의 함량이 다른 제품보다 더 높다.
이렇게 각 지역의 아이스크림 브랜드가 다를 뿐더러 도시마다 길게는 몇 십 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아이스크림 상점이 있다.
우리나라의 아이스크림 상점이 연인들의 데이트장소 혹은 아이들의 간식을 위한 공간이라면 미국 중소도시의 아이스크림 상점은 주민 전체가 상점 밖 널찍한 테이블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여름을 즐기는 하나의 문화 공간이다.
필자는 미국 유학 시절 여름마다 한 주에 적어도 한 번씩은 수학하는 도시에서 1시간가량 떨어진 Fort Atkinson이라는 작은 마을에 있는 ‘Frostie Freeze’라는 아이스크림 가게를 방문하였다.
그 마을에 사는 주민들은 여름이 되면 서로에게 ‘아이스크림 가게는 들렸어?’라고 안부를 물을 만큼 그 아이스크림가게에 대한 애정이 컸다.
백발 할아버지에서 엄마 손을 잡고 온 꼬마까지 모두가 행복한 얼굴로 분홍색 테이블에 모여 아이스크림을 먹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더운 여름날 마루에 모여서 수박을 잘라먹던 어린 시절의 여름날이 생각나 나도 모르게 웃어버리곤 했다.
유독 덥고 짜증나는 날들이 많았던 여름이다. 유학 중 알게 된 미국 친구들의 SNS에는 온통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모여 노는 사진들로 가득했던 여름이기도 했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 여름은 친구들과 함께 다시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 모여 밀렸던 수다를 떨며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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