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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추석명절에 생각나는 사람
<프리즘> 추석명절에 생각나는 사람
  • 남연옥
  • 승인 2017.10.09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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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의회 사무처 의사담당관 남연옥

(충북도의회 사무처 의사담당관 남연옥) 추석명절이 지났다. 풍성한 수확의 계절에 둥그런 보름달처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란 덕담이 푸근하게 다가오는 달이다.
매년 명절이 되면 예전에 다문화가족 업무를 담당하면서 만났던 분들이 생각난다.
한국문화나 한국어를 접하지 못하고 시집온 분들이 많아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한국문화를 체험하는 행사를 진행했었다. 어눌한 언어와 생소한 한국문화, 힘든 농촌생활, 어려운 시집식구들과의 생활 등으로 불안해하고 힘들어 하지만 열심히 참여하고 배우고자하는 열의가 가득한 분들을 보며 마음이 참 따뜻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많은 프로그램 중에 명절을 앞두고 한복을 빌려 입혀주고 옷고름 매는 법, 두 손 가지런히 세배하는 법, 송편을 예쁘게 만들어야 예쁜 딸을 낳는다는 옛말까지 들려주며 함께 웃고, 작은 일에도 행복해 하던 모습들이 눈에 선하다.
만났던 모든 분들이 기억에 남지만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몇 사람이 있다.
산중턱 작은 집에서 시어머니를 모시고 나이 차가 많은 남편과 함께 힘든 농사일도 마다하지 않고 부지런히 사는 분이었다. 아이를 셋이나 낳아 키우며 어려운 살림이지만 항상 밝게 웃으며 긍정적인 사고방식의 소유자였다. 농촌 특유의 외지인들을 배척하는 고집스런 풍습에 젖어 있던 마을에서 새마을부녀회장까지 맡아 마을의 궂은일들까지 앞장서서 하는 리더십이 강한 여인이었다. 더군다나 어려운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간간이 직장까지 다니던 억척 또순이였다.
초등학생 셋이나 키우며 한국말은 다른 사람들보다는 잘했지만 읽고 쓰기가 서툴러 아이들 교육에 도움이 되고자 바쁜 시간을 틈타 한글 쓰기와 한국문화를 좀 더 익히려 한다며 참여했었다. 한 번 두 번 만나보니 매력적인 밝은 성격이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기를 주고 감동을 주는 사람이었기에 어설픈 다문화가족이었지만 마을의 부녀회장직을 맡긴 것이 아니었나 싶었다.
또 한 사람은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오랫동안 간병하면서 무뚝뚝한 남편으로 인한 마음고생이 심한 분이었다.
두 딸을 낳아 기르는 동안 농사일과 집안의 대소사를 도맡아하며 얼굴 한번 찡그리지 않는 그 분 또한 참으로 현모양처의 본보기라 할 수 있는 분이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유방암에 걸린 사실을 뒤 늦게 알게 돼 투병생활로 힘든 나날을 보내면서도 어린 딸들에게 엄마의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조금이라도 한글을 잘 쓰고 한국문화를 익히고자 행사에 참여했다. 그 분의 소원은 사는 날까지 두 딸들이 잘 자라 엄마와의 추억을 오래도록 많이 남겨주는 것이었다.
그는 열심히 배운 한글로 두 딸의 이름을 예쁜 이름으로 개명하고자 서류를 직접 작성해 법원에 신청, 호적정리까지 완벽히 마무리 한 의지의 장한 어머니이다. 1년 코스의 배움의 장을 마무리하면서 한글편지를 쓰고 수료식에서 읽어줄 때 참석한 모든 이들의 눈시울을 적신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충북의 결혼이민자가 2016년 11월 현재 9126명으로 충북인구의 4.5%라고 통계가 나와 있다. 또 결혼이민자들을 위한 많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한국인으로서 살아가는데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결혼이민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도 자라온 생활환경이 다른 이질감속에서 어렵고 힘들게 적응해가는 다문화가족들이 있음을 주변에서 많이 보고 있다. 요즘은 외국인들이 한국에 적응해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공영 TV프로그램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방송에서 보여주는 행복한 모습들은 매우 소수이다. 대다수 많은 이들은 아직도 적응하기 어려워하고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한글을 익히고 배우며, 한국인으로 동화되기 위한 부단한 노력들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사회에서 좋은 인식의 눈을 가지고 겉돌지 않는 우리의 울타리 속으로, 함께하는 가족으로, 보듬어 주고 한국인으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는 배려와 포용이 더 많이, 더 넓게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잠깐이나마 함께하며 좋은 추억으로 만났던 그분들뿐 만아니라 결혼이민자가족 모두가 한국인으로 행복한 삶을 영위하시길 간절히 희망해 보며 제2의, 제3의 새마을부녀회장이 탄생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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