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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착한가게
<프리즘> 착한가게
  • 임경자
  • 승인 2017.10.23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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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임경자

(동양일보) 내 모습을 변화 시키려고 미용실로 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머리손질을 하고 나면 행복감에 젖기 때문인가 보다. 내가 미용실을 가는 것은 주로 펌이나 염색을 하기 위해 간다.

미를 창조하는 그곳에 갈 때면 늘 ‘머리모양을 어떻게 할까.’하고 고심한다. ‘단발머리 모양을 할까, 파마를 하지 말고 생머리로 하면 너무 초라해 보이지 않을까. 귀여운 오드리햅번 닮은 머리모양은 어떨까, 또 비비안 리 머리모양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겠지, 멋스럽고 우아한 머리모양이 더 어울릴 것 같기도 하다. 우아함의 힘은 여자의 매력이기 때문이다. 윤기 나던 머릿결은 푸석해 지고 흰서리가 빼곡이 덮히는 시절이니 그에 걸맞게 해달라고 해야지.’ 이런저런 상상의 나래를 펴며 미장원 문을 열고 들어선다. 온화한 미소로 맞이해 주는 원장님과 인사를 나눈 후 소파에 앉았다. 이른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기다리는 손님이 있으니 내 차례가 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신문을 가져다 읽고 또 월간지도 읽기도 하며 기다린다.

원장님의 손놀림이 바쁘다. 인건비 때문에 사람도 두지 않고 혼자서 손님의 머리손질을 다 해낸다. 아무리 바빠도 정성을 다하는 원장님은 고객의 취향을 다 섭렵하고 있으니 센스 쟁이다. 손님의 얼굴형에 어울리는 머리모양이나 머릿결을 보고 영양상태도 알아서 척척 손질을 해 준다. 손님들도 머리손질이 끝난 후에는 거울 앞에 서서 만족한 표정으로 흐뭇해 하며 폼을 잡아본다. 미장원을 차린지 35년의 경력을 지닌 그는 베테랑급이다. 오랜 경력으로 예술감각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위대하고 고마운 손을 지녔다.

손님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빗자루로 쓸어 담아 버려준다든지 수건을 접어주거나 파마종이를 접어주기도 한다. 원장님의 바쁜 손길을 돕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훈훈해 짐을 느낀다. ‘이렇게 우리 이웃들이 따뜻하고 훈훈한 정이 묻어나는 사회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 해 본다.

누군가 가지고 온 주전부리가 있어 입도 즐거울 뿐더러 새로운 정보와 살림의 지혜도 주고받는 대화의 장이다. 손님끼리도 서로 친해지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웃음꽃을 피우며 돈독한 사이가 된다. 그래서 그런지 그곳에 가면 마치 동네 사랑방과 같은 느낌이 든다.

또 때가 되면 누군가가 압력솥에 밥을 하고 장을 끓이고 냉장고에서 반찬을 내놓고 상을 차린다. 금방 지은 고슬고슬한 밥과 시레기장맛이 후각을 자극하는 순간 그 맛을 못잊어 참지 못하고 밥숟갈을 잡고야 만다. 서로 권하며 들러앉아 여럿이 밥을 함께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다. ‘먹는 것에 정이 든다.’는 말이 있듯이 따뜻한 밥 한공기에 사랑을 느낀다.

국보 로에 있는 이 미용실은 자랑스럽게도 ‘착한가게’로 인정받은 모범가게다. 그래서 알뜰 주부들이 거의 단골손님들이다. 먼 곳에서도 찾아오는 것을 보면 착한가게의 몫을 톡톡히 하고 있는 곳임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변함없이 늘 미소 띤 원장님의 마음씨가 아름답다. 어려운 이웃과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이 곳이 행복바이러스다. 살기 팍팍한 서민생활에 이러한 착한가게가 자꾸 생겨났으면 좋겠다.

소비자 물가까지 치솟고 있는 어려운 경제여건에 살아가는 우리다. 모든 이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저렴한 가격과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착한가격업소가 많이 활성화되고 물가안정이 되어 살기 좋은 나라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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